[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우승을 꿈꾸는가, 상위 스플릿에 오르고 싶은가. 그리고 잔류하고 싶은가. K리그 클래식 팀들의 저마다 소망일 터다. 그런데 그 꿈을 펼치고 싶다면 성남에게 잘 보여야 할 것 같다. 공교롭게 캐스팅보드를 쥐고 있는 성남이다.
이미 한 팀을 울렸다. 지난 19일 빅버드에서 수원과 극적으로 2-2 무승부를 거뒀다. 1-2로 뒤진 후반 48분 제파로프가 짜릿한 동점골을 터뜨렸다.
수원의 K리그 클래식 역전 우승 꿈을 날리는 결정적인 한방이었다. 선두 전북을 추격하던 수원은 잡아야 할 경기를 잡지 못하했다. 남은 6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는 부담까지 따른 데다 그렇게 한다 해도 자력으로 역전 우승도 할 수 없다. 수원으로선 성남이 미울 수밖에 없다.
↑ 성남의 김학범 감독은 FA컵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FA컵 및 스플릿 판도가 성남의 손에 달린 한 주다. 사진=MK스포츠 DB |
사실 갈 길 바쁜 건 성남이다. 성남은 생존이 걸려있다. K리그 클래식 10위다. 강등권인 11위 상주와 승점 2점차, 12위 경남과 3점차다. 1경기 결과에 따라 성남의 운명이 달라진다.
그렇다고 달콤한 우승트로피를 놓치고 싶지 않다. 전북만 잡으면 결승에 오른다. 두 번만 이기면 FA컵 우승이다. 2011년 이후 3년 만에 정상 도전이다. 우승 시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진다. 올 한 해 하위권을 맴돌면서 두 번이나 감독이 바뀌는 홍역을 치렀던 성남으로선 K리그 클래식 잔류와 함께 가장 탐나는 FA컵 우승이다.
김학범 감독은 “우리가 현재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인가. 솔직히 선수층이 얇아 로테이션을 돌릴 수도 없다. 있는 선수로 그대로 해야지”라고 총력을 쏟을 것을 예고하면서 “FA컵도 뭐 한 번 해봐야 하지 않겠냐”라며 승부사다운 면모를 보였다. 내친김에 까짓것 전북마저 잡아보겠다는 것이다.
시즌 상대 전적은 3전 전패. 하지만 전북이 성남에 진땀승을 거둔 게 2번이었다. 지난 4일 맞대결에서도 전반 24분 이주용의 퇴장으로 전북은 10대11의 수적 열세로 힘겨운 경기를 치렀다.
오는 26일 열리는 K리그 클래식 정규라운드 마지막 경기 또한 성남이 ‘주인공’이다. 상위 스플릿에 오를 6개 팀 가운데 5개 팀이 결정됐다. 남은 1장을 놓고 울산과 전남이 다투고 있다. 두 팀은 승점도 같다.
울산이 지난 19일 상주를 고전 끝에 이기며 6위를 탈환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전남에 골 득실차로 9골 앞서있어 자력으로 6위를 확정할 수 있으나 성남전 승리가 필수조건이다. 성남에게 덜미를 잡힐 경우, 전남이 극적으로 상위 스플릿에 오를 수 있다.
호랑이 등에는 땀이 흐른다. 성남전에서 승리를 자신하기 어렵다. 시즌 전적은 1승 1무로 성남의 우세. 1-1로 비겼던 지난 7월 6일 경기에서도 골키퍼 김승규의 신들린 선방이 없었다면 승부의 추는 성남에게 기울었을 판이었다. 상위 스플릿에 올라 구겨진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울산으로선 부담이 크기만 한 성남 원정길이다.
11월 들어 스플릿 라운드가 시작하면, 이번엔 하위권이 성남에게 잘 보여야 할 처지다. K리그
성남을 포함해 인천, 부산, 상주, 경남이 박빙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8위 인천과 12위 경남의 승점차는 불과 4점이다. 성남을 상대로 3연승을 거둔 부산은 활짝 웃지만 경남(1승 2패), 인천(2무 1패), 상주(3무)는 애간장이 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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