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도쿄) 안준철 기자] 운명의 대결이다. 오승환(32·한신 타이거즈)이 ‘끝판대장’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14일 도쿄행 신칸센에 몸을 실었다.
한신은 15일부터 도쿄돔에서 숙적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6전 4선승제인 센트럴리그 클라이맥스시리즈 파이널스테이지를 갖게 된다.모든 것이 한신에게 불리하다. 상위팀 어드밴티지에 따라 리그 우승팀인 요미우리가 1승을 안고 시작한다. 시리즈가 열리는 장소도 모두 도쿄돔이다. 중간에 휴식일도 없이 매일 경기가 열리게 된다. 퍼스트스테이지를 거쳐 온 팀들 입장에서는 버거운 일정이다.
이런 사정상 오승환도 매 경기 등판을 대기할 수 밖에 없다. 이미 정규시즌 막판 연투를 통해 한신의 극적 2위 탈환을 이끌기도 했고, 11~12일 열린 히로시마와의 퍼스트스테이지에서도 모두 나와 4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을 파이널스테이지로 진출시키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오승환도 요미우리와의 대결에는 더욱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올 시즌 요미우리 상대로 가장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와는 11경기에 등판해 1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3.48이다. 6번의 블론세이브 중 요미우리에 2번을 기록했다. 또 센트럴리그 팀 중 오승환이 평균자책점 2점대 이상을 기록한 상대는 요미우리뿐이었다. 오승환은 히로시마 도요카프와 야쿠르트 스왈로스를 상대로는 무실점 역투를 펼쳤고 주니치 드래건스에게는 1.80,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에는 1.8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특히 도쿄돔 성적은 5경기 1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5.79이다.
하지만 기록만 보고 오승환이 요미우리에 약하다고 볼 수 없다. 오승환은 7월 중순까지 요미우리에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요미우리킬러의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7월22일 고시엔서 열린 대결에서 대타 다카하시 요시노부에게 홈런을 맞고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면서 요미우리전 실점을 하기 시작했다. 가장 부진했던 경기는 8월26일 도쿄돔 대결. 당시 2-1로 앞선 9회말에 나왔지만 제구 난조로 폭투와 난타를 당하며 2점을 내줘 패전의 멍에까지 뒤집어썼다. 다음날(8월2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경기에서도 세이브를 거뒀지만 아베 신노스케에게 솔로포를 맞는 등 투구내용은 불안했다.
물론 그 이후에는 요미우리를 상대로 다시 무실점 행진이다. 오승환과 요미우리는 9월10일 고시엔 맞대결 이후 한달여간 만나지 못했다. 오승환은 “상대가 누구인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자존심이 상한 것은 사실이다.
한신이 오승환을 영입한 이유는 요미우리를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부분 때문에 오승환은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14일 도쿄로 출발하기 전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훈련에서 오승환은 “파이널스테이지 MVP를 받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어 그는 “내가 MVP를 받게
한신은 6일 연속으로 치러지는 이번 시리즈에서 오승환의 6일 연속 등판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오승환도 이에 대해 “문제없다”는 태도다. 오승환은 “요미우리가 1승을 먼저 안고 가지만, 전 경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승환의 가을본능이 꿈틀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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