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얄궂은 운명이다. 한일전, 둘 중 하나만 웃을 수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출전권이 걸려있다. 이기면 쟁탈 싸움을 계속 할 수 있지만 패하면 짐을 싸고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처음이 아니다. 최근 들어 부쩍 많아졌으며, 2년 마다 반복되고 있다. ‘숙명의 라이벌’이라는 표현답게, ‘질긴’ 인연이다. 외나무다리에서 맞붙는데 부담은 한국보다 일본이 더 크다. ‘하필 또...’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할 ‘미니 사무라이 블루’다.
한국이 13일 오후 6시 미얀마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조별리그 일본과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베트남을 6-0으로 대파한 한국은 지난 11일 중국과 0-0으로 비겼다. 1승 1무(승점 4점·골 득실차 +6)로 C조 1위. 중국(1승 1무·골 득실차 +1)에 골 득실차로 앞섰다. 일본은 한국-중국전에 앞서 베트남에 3-1로 이겼다. 그러나 앞서 중국에게 1-2로 패해 발목이 잡혔다. 1승 1패(승점 3점)로 C조 3위다.
↑ 한국과 일본이 AFC U-19 챔피언십에서 또 한 번 운명의 맞대결을 펼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한국과 중국이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동반 패해야, 일본 1위-한국 2위로 8강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2패의 베트남에 덜미가 잡힐 가능성은 매우 낮다. 중국은 최소 비기기만 해도 8강 확정이다. 피 터지는 싸움은 중국-베트남전이 아니라 한국-일본전이다.
“일본은 없다”를 외치는 한국이다. 그리고 그 동안 일본에 악몽을 안겨줬던 한국이다. 일본은 ‘쌓인 빚’을 되갚고 싶을 테지만, 한국은 언제나 그랬듯 또 다시 ‘한일전 패배=U-20 월드컵 출전 실패’라는 공식을 써주겠다는 각오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U-20 월드컵에서 아시아를 대표해 좋은 성적을 올렸다. 1999년 나이지리아 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는 등 1995년부터 2007년까지 7번의 대회 가운데 6번을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다. 준우승 1회, 8강 3회, 16강 2회로 아시아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2009년부터 3개 대회 연속 본선 진출도 하지 못했다. 아시아지역 예선을 겸한 AFC U-19 챔피언십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기 때문. 그리고 그 아픔을 준 게 바로 한국이었다.
한국은 2008년과 2010년 대회에서 일본과 2회 연속 8강에 만나, 3-0과 3-2로 승리했다. 한국은 준결승 진출과 함께 U-20 월드컵 본선 진출권 4장 중 1장을 획득하며 잔칫상 분위기였다. 반면, 일본은 라이벌 패배와 함께 세계대회 출전 자격이 없어지면서 초상집 분위기였다.
2012년 대회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각각 B조 2위와 A조 2위를 기록해, 3회 연속 8강 격돌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을 피했음에도 일본은 이라크에게 패해 또 고개를 숙였다. 한국은 8강에서 이란을 4-1로 완파하더니 대회 우승까지 차지해, 6회 연속 U-20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자축했다.
일본은 8년 만에 U-20 월드컵 출전을 꿈꿨다. 하지만 위기에 처했다. 그리고 벼랑 끝에 몰린 일본 앞에 또 다시 한국이 나타났다.
한국도 8강 진출이 확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가급적 C조 1위로 올라서고 싶다. 8강에서 D조 1위가 유력한 이라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위해선 ‘한일전 승리’가 필요하다. 일본을 이기면 C조 1위 확정이다. 여기에 ‘일본의 좌절’이라는 전리품도 얻을 수 있다.
※2008년 이후 AF
2008년 | 8강 | 3-0 승 | 득점 : 유지노, 조영철, 최정한 | U-20 월드컵 : 한국 진출-일본 탈락
2010년 | 8강 | 3-2 승 | 득점 : 김경중, 황도연, 정승용 | U-20 월드컵 : 한국 진출-일본 탈락
2012년 | 맞대결 없음 | U-20 월드컵 : 한국 진출-일본 탈락
2014년 | 조별리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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