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파주) 이상철 기자] 슈틸리케호에 ‘톰과 제리’는 없지만 색다른 콤비가 있다. 절친한 1년 선후배인 이명주(24·알 아인)와 김승대(23·포항)다. 김신욱(26·울산)과 손흥민(22·레버쿠젠) 못지않게 티격태격하면서도 깊은 우애를 다지고 있다.
2012년 K리그 신인왕 출신 이명주는 지난해 6월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낙마했지만 지난달 5일 베네수엘라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김승대도 K리그 클래식과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 활약을 발판삼아, 1년 4개월 뒤 이명주를 따라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포항제철중-포철공고-영남대-포항 스틸러스까지 둘은 어려서부터 함께 꿈을 키웠고, 마침내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모든 축구선수가 그러하듯 태극마크가 꿈이었지만, 10년 전 포항제철중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명주는 “믿기지가 않는다. 함께 볼을 찰 때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조차 못했다. 그때는 그저 축구가 좋아서 했을 뿐인데”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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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주(사진)와 김승대는 중학교부터 포항 스틸러스까지 10년 넘게 볼을 차면서 우애를 다졌다. 사진(파주)=한희재 기자 |
김승대는 “먼저 군대를 다녀온 친구들이 단 음식이 땡긴다고 하더라. (이)명주형도 놀리길래, 그런 약속(?)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명주는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다”라며 한방을 날리기도 했다.
둘은 한턱을 쏘는 문제로 한번 더 티격태격했다.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을 딴 김승대가 쏴야 한다는 게 이명주의 주장인데, 김승대는 오히려 이명주에게 한턱 쏘라고 요구했다. 이명주는 지난 7일 파주NFC(대표팀 트레인이센터)에 입소하면서 이 문제를 놓고 하소연을 했다.
김승대는 이에 잘못은 이명주가 먼저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갑작스레 알 아인으로 이적한 게 마음속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김승대는 “명주형이 먼저 쏴야 한다. 말도 없이 떠났다. 명주형이 한턱 쏴야 할 명분이 있다”라고 밝혔다.
서로 장난을 치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슈틸리케호에서 생존하기다. 김승대는 공격수로, 이명주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분류됐다. 하지만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 경쟁 관계지만 공존 관계가 되기를 희망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번 파라과이 및 코스타리카와 A매치 2연전에 고른 선수기용을 공언한 만큼 뭔가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왕이면 함께 뛰기를 바랐다. 포항에서 함께 손발을 맞췄기에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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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주와 김승대(사진)는 중학교부터 포항 스틸러스까지 10년 넘게 볼을 차면서 우애를 다졌다. 사진(파주)=한희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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