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그라운드와의 이별을 선언한 사내치고는 표정이 밝았다. 붉은빛의 버건디색 유니폼이 영원히 잘 어울릴 것만 같았지만 말쑥하게 차려입은 흰색 와이셔츠에 짙은 회색 조끼, 검은색 바지도 잘 어울렸다. 바로 넥센 히어로즈의 영원한 집사 송지만(41)이었다.
송지만은 7일 은퇴선언을 했다. 동산고를 거쳐 인하대를 졸업한 지난 1996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한지 19년만이다. 길고 긴 선수생활을 마감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을 법했지만 송지만의 표정은 홀가분했다.
↑ 7일 은퇴를 선언한 송지만이 목동구장을 찾았다. 그는 이제 코치로서 야구인생 제2막을 열었다. 사진(목동)=안준철 기자 |
은퇴 후 화성2군에서 코치생활을 하게 되는 그는 벌써부터 코치로서 출근하기 시작했다. 송지만은 “1주일정도 됐다”며 “아직 보직을 받지 못해 보조다. 뭐 인턴코치인셈”이라며 슬쩍 웃었다. 인턴코치인만큼 선배(?)코치들에게도 깍듯하다. “야구로서는 나보다 후배지만 지도자로서는 먼저 시작한 코치들한테는 예의를 갖추려고 한다. 사회생활이 만만치 않다”며 껄껄 웃었다.
코치로 변신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어색한 점도 많다. 일단 선수들의 호칭. 송지만은 “저를 줄곧 '선배님'이라고 부르던 2군 선수들이 '코치님'으로 부르니까 그게 적응이 안 된다”면서 “또 오래 서 있는 게 이렇게 힘든 것인 줄 처음 알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도 펑고배트에 기대 짝다리를 서는 것은 익숙해졌다고(?) 자랑했다.
그래도 정든 그라운드를 쉽게 떠날 수 없었다. 19년동안 정을 붙여 온 곳이다. 송지만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제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계속 야구를 한다는 것은 제가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았다"며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19년의 기록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덤덤히 얘기했다.
가장 기억나는 순간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한화시절이었던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과, 2004년 현대 시절 한국시리즈 우승이 주저없이 나왔다. 그리고 히어로즈의 창단 첫해부터 이듬해까지 2년간 주장을 맡았을 때를 '암흑기'로 표현하며 선수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라고 밝혔다. 결정적인 순간 발목을 잡았던 부상도 언급했다. 그래도 표정은 밝았다.
은퇴식은 내년 4월로 미뤄졌지만 송지만은 “
19년간의 프로생활을 돌아보기 보다는 이제 새로운 야구인생인 코치생활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송지만은 “야구는 실수를 줄이는 스포츠다.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많겠지만, 실수를 줄여가면 내 실력이 될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jcan1231@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