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파주) 이상철 기자] 가을이 오면 ‘변화’의 바람이 분다. 이른바 ‘가을 남자’. 선장을 바꾼 태극호에도 1명 있다. 박주호(마인츠)다. 이제 수비수가 아닌 미드필더라는 수식어가 그의 앞에 붙는다.
슈틸리케호가 지난 7일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첫 소집과 함께 첫 훈련을 실시했다. 지난 주말 경기를 치르고 머나먼 길을 날아온 선수들이 대다수여서 회복 훈련에 중점을 뒀다. 그렇지만 기본적인 틀은 보여줬다.
유열한 전술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주문대로 수비라인은 상대 공격 위치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훈련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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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수의 부상으로 왼쪽 수비수로 이동한 건 김민우(오른쪽)였다. 박주호(왼쪽)는 미드필더로 슈틸리케호에서 경쟁력을 점검 받는다. 사진(파주)=한희재 기자 |
박주호는 수비수가 아닌 미드필더로 분류됐다. 슈틸리케 1기 명단 발표 시 박주호는 김민우와 함께 미드필더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김진수(호펜하임)의 차출 불발로 누군가 왼쪽 수비로 이동해야 했는데, 김민우가 내려갔다. 김민우는 지난달 5일 베네수엘라전에서 왼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피로 탓은 아니다. 박주호는 지난 2일 아시아경기대회 결승을 마친 후 소속팀에 복귀하지 않고 국내에 머물렀다. 손흥민(레버쿠젠) 같이 독일에서 넘어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박주호는 공격수, 미드필더 자원들과 함께 볼 뺏기 게임을 하고 3대3 족구 게임까지 했다. 수비수가 넘쳐서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슈틸리케 감독이 훈련 첫 날부터 수비 조직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걸 고려하면, 박주호는 슈틸리케호에서 왼쪽 수비수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뛸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주호는 A매치 14경기를 뛰었다. 지금껏 그의 위치는 왼쪽 수비수였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는 박주호는 미드필더로서 자질이 더 뛰어나다고 여겼다. 검증은 끝났다.
박주호는 아시아경기대회 내내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자신의 주가를 드높였다. 역대 아시아경기대회 최고의 와일드카드라는 찬사가 쏟아질 정도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아경기대회 16강부터 결승까지 4경기를 관전하면서 박주호의 최적 위치를 파악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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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호는 미드필더로 슈틸리케호에서 경쟁력을 점검 받는다. 사진(파주)=한희재 기자 |
박주호는 아시아경기대회 당시 A대표팀에서의 포지션 이동에 대해 “(A대표팀)소집 이후 생각하겠다”라며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북한과 결승을 앞둔 시기라 말을 최대한 삼갔지만 부정적이지 않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리고 그는 각 팀에 맞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색깔이 있다면서 빠르게 적응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나갔던 말이나 박주호의 현주소에 딱 맞는
슈틸리케 감독은 파라과이 및 코스타리카와의 A매치 2연전에서 고른 선수 기용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최대한 많은 선수를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박주호에게도 A대표팀에서 수비수 박주호가 아닌 미드필더 박주호를 보여줄 기회가 주어진다. 아시아경기대회뿐 아니라 A매치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걸 보여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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