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슈틸리케 1기가 7일 한자리에 모인다.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선임된 지 32일 만이다. 설렘도 크나 긴장감 또한 크다.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선입견’ 없이 태극전사를 점검하겠다던 슈틸리케 감독이다. 출발선에서 다시 시작한다.
각 포지션 별로 경쟁이 펼쳐질 텐데 스포트라이트는 공격에 쏠릴 것이다. K리그 클래식 득점 선두 이동국(전북)이 슈틸리케호의 주전 공격수로 자리를 잡을지, 손흥민(레버쿠젠)과 기성용(스완지 시티), 이명주(알 아인)의 역할 등도 주요 관전포인트다.
빛은 덜하겠지만 사연이 참 많은 쪽은 후방이다. 그 중에서도 중앙 수비다. 1달 전에는 냉정히 말해 경쟁이 ‘피가 터질 정도’는 아니었다. 예기치 않은 부상(곽태휘)과 A매치 새내기(임채민)가 있어, 김주영(서울)과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가 2경기 연속 선발로 호흡을 맞췄다.
↑ 곽태휘는 지난달 부상으로 베네수엘라-우루과이와의 A매치 2연전에 뛰지 못했다. 부상을 털어낸 그는 철벽수비를 자랑하며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김주영-김영권 기존 라인을 위협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장현수가 측면 수비를 맡을 수도 있지만 본 포지션은 중앙 수비다. 왼쪽 수비수로 활용할 자원도 박주호(마인츠), 홍철(수원), 김민우(사간 도스)가 있어 장현수의 측면 이동은 없을 듯.
지난 9월 8일 우루과이전에서 기성용(스완지 시티)이 스리백(3-Back) 수비로 서기도 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데뷔 무대부터 변칙적인 선수 기용을 하지는 않을 전망. 큰 틀의 변화가 없다면 포백(4-Back) 수비가 축이 될테고, 중앙 수비 경쟁률은 5대2가 된다.
김주영과 김영권은 9월 A매치 2연전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호흡도 잘 맞았다. 2골을 허용했지만 이들의 실수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이들이 함께 풀타임을 소화한 우루과이전을 슈틸리케 감독이 직접 관전했다.
그렇지만 주전 입지를 다지기에는 경쟁자가 만만치 않다. 저마다 사연도 갖고 있으며 장점도 뚜렷하다.
곽태휘는 누구보다 보여주고 싶은 게 많을 것이다. 부상 탓에 지난 소집에서 ‘개점휴업’ 상태였다. 1달 사이 ‘어필’은 단단히 했다. 곽태휘는 소속팀에서 철벽 수비를 자랑하며 알 힐랄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견인했다. 알 아인(UAE)과 준결승 2차전 전까지 AFC 챔피언스리그 7경기 연속 무실점을 자랑했다.
누구보다 슈틸리케 감독을 잘 아는 김기희다. 알 사일리아(카타르)에서 뛰던 시절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맺었다. ‘의리’로 뽑힌 건 아니다. 김기희는 9월 이후 K리그 클래식 6경기에 출전해 3실점의 짠물 수비를 펼쳤다. 김기희의 활약 속에 전북은 선두를 굳게 지켰다. K리그 클래식 1위 팀의 주전 수비수 호출은 이상할 게 없다.
장현수는 가장 늦게 부름을 받았으나 가장 도드라진 성과를 냈다. U-23 대표팀에 선발돼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안겼다.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28년 만이다. 물 샐 틈 없는 수비로 전 경기 무실점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 주장으로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한 리더십도 높이 평가됐다.
게다가 이들은 끊겼던 A매치 기록을 다시 이으면서 명예회복도 꿈꾸고 있다. 곽태휘의 마지막 A매치는 2014 브라질월드컵 직전 가진 가나와 평가전이었다. 곽태휘는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고 한국은 0-4 대패를 했다.
김기희와 장현수도 2012 런던올림픽 이후 A대표팀에 선발되며 탄탄대로를 달리는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주전 입지를 다지지 못했고 장현수는 지난해 11월 스위스전이, 김기희는 올해 2월 미국전이 마지막 A매치였다. 그 다음 기회를 받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 장현수는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 물샐 틈 없는 수비로 28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최근 가장 뜨거운 선수로 김주영-김영권 기존 라인을 위협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A대표팀에서 뿌리를 박고 싶은 이들이 여럿 있다. 사연도 참 다양하다. 그렇기에 투쟁심이 넘친다. 어느 포지션보다 뜨겁고, 그렇기에 어느 포지션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경쟁 구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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