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안준철 기자] 체조요정이 여왕에 등극했다. 손연재(20·연세대)가 한국리듬체조 사상 첫 메이저종합대회 금메달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손연재는 2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총점 71.699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안긴 순간이자, 전날(1일) 단체전 은메달 수상에 이은 쾌거이다.
↑ 사진=옥영화 기자 |
손연재의 금메달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결과였다.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손연재는 올 시즌 10차례에 걸쳐 국내외 대회에 참가하며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3월 러시아 모스크바 그랑프리로 시즌을 시작한 손연재는 독일·포르투갈·이탈리아·벨라루스·불가리아·러시아·터키 등 해외 대회에 8차례 참가하고, 한국에서 열린 코리아컵 대회와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출전하며 쉴 틈 없이 달렸다. 그리고 아시안게임 열리기 직전인 지난달 23일 터키 이즈미르에서 열린 리듬체조세계선수권에 참가했다. 27일 후프에서 동메달을 따며 한국리듬체조 사상 첫 세계선수권 메달을 딴 손연재는 28일 오전 인천에 도착, 선수촌에 입촌했다. 1일부터 대회 일정이 시작되는 점을 감안하면 빡빡한 일정이었다.
하지만 체력적인 점보다 손연재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안방에서 열린다는 부담감이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의 특징은 금메달 유력 후보였던 스타들의 부진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수영의 박태환은 은메달 1개, 동메달 4개로 대회를 마쳤다. 기계체조 스타 양학선 역시 햄스트링 부상여파로 도마에서 은메달에 머물렀다. 두 선수는 “홈에서 치르는 대회라 부담감이 심했다”고 입을 모았다.
손연재도 마찬가지였다. 손연재가 출전하는 리듬체조경기는 일찌감치 매진돼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이를 손연재도 잘 알았다. 귀국현장에서 손연재는 “국민들의 기대를 잘 알고 있다.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포디움 위에서 손연재는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시선을 비웃기라도 하듯 완벽한 연기를 펼치며 고
모든 경기를 마친 손연재는 긴장감이 풀렸는지 눈물을 터트렸다. 손연재는 “행복하고 감사하다. 인천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더욱 기쁘다. 시상대에 올라가면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았는데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리니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부담감을 이겨내고 흘린 값진 눈물이었다.
[jcan1231@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