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정지현 선수 얼굴이 멍투성이인 거 보고 짠하셨을 텐데요.
어디 정지현 선수뿐이겠습니까. 찢기고 뜯기고, 우리 선수들 땀과 눈물의 흔적들을 김동환 기자가 소개합니다.
【 기자 】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10년 만에 다시 시상대 맨 위에 선 정지현.
눈은 퉁퉁 부었고, 귀는 아예 뭉개졌습니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김현우도, 첫 금메달을 딴 류한수도, 상대와 치열한 머리 싸움을 해야 하는 레슬링 선수들의 귀는 제 모습을 잃은 지 오랩니다.
▶ 인터뷰 : 류한수 / 레슬링 국가대표
- "귀에 이어폰이 안 들어가요. (그래도) 레슬링 한 게 가장 자랑스럽고 행복합니다."
경보 50km에서 한국 첫 은메달을 딴 박칠성은 엄지발톱이 없습니다.
4시간 동안 땀범벅이 돼서 걷다 보면 발톱이 버텨내지 못합니다.
대신 남들에겐 뼈만 있는 정강이에 혹처럼 볼록한 근육 덩어리를 얻었습니다.
15년간 정구를 친 김형준과 김동훈은 메달과 함께 짝짝이 팔을 갖게 됐고,
상대 선수 도복 잡기가 일상인 유도 은메달리스트 김잔디는 굽은 손가락으로 평생을 살아야 합니다.
- "제가 선택한 길이고 이 손이 있기 때문에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라 속상하진 않습니다."
활 시위 자국이 선명한 양궁 선수들의 입술과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의 부르튼 발.
어떤 여성의 그것보다 아름다운 영광의 상처들입니다.
MBN뉴스 김동환입니다.
영상취재 : 변성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