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핸드볼에 2010년은 잊고 싶은 시기로 남아 있습니다.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던 한국은 그해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6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했으나 준결승에서 일본에 일격을 당해 동메달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그때만 해도 어쩌다 한 번 방심하다가 패한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카자흐스탄에 밀리면서 2위에 그쳤습니다.
우승을 자신했던 두 대회에서 모두 목표 달성에 실패한 우리나라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대비하며 본격적인 세대교체에 나섰습니다.
우선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강재원 씨에게 여자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습니다.
강 감독은 우선희(당시 나이 32세) 정도를 제외하고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해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했습니다.
나이 든 선수들이 많아 '아줌마 군단'으로 불리기도 했던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평균 나이 25.9세였지만 아시아선수권에 나간 선수들은 23.7세로 젊어졌습니다.
이런 까닭에 런던올림픽을 앞두고는 한국 올림픽 사상 최약체 대표팀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온아, 류은희, 조효비, 이은비, 정유라, 권한나 등 당시만 해도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뤄 4강에 오르는 선전을 펼쳤습니다.
물론 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따낸 경력이 있는 우리나라가 4위를 차지한 것을 놓고 '선전했다'고 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 선수들이 노르웨이, 덴마크, 프랑스, 스페인 등 세계선수권 1∼4위 팀과 한 조에 묶이는 최악의 대진운과 대회 도중 부상자 속출이라는 악조건을 이겨내고 4강까지 오른 것은 분명히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대한핸드볼협회는 올림픽을 마친 뒤 그해 12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하며 패권을 탈환했고 여자 대표팀에 전임 지도자 제도를 도입하며 2016년 리우 올림픽까지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낸 임영철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맡긴 협회는 아시안게임 정상 탈환을 일차 목표로 삼고 이번 대회를 준비해왔습니다.
여자 대표팀은 6월 노르웨이 초청 경기, 일본 및 덴마크 대표팀과 평가전 등을 치렀고 8월에는 약 12일간 일정으로 프랑스 전지훈련을 다녀오는 등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을 향해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협회에서도 2011년 서울 송파구에 핸드볼 전용경기장을 완공했고 특히 여자 실업 핸드볼은 프로화까지 염두에 두고 신인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하는 등 선수들이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운동에 전념하도록 힘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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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강의 자리를 되찾은 한국 여자핸드볼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 2016년 리우 올림픽을 향해 또다시 달리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