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진돗개가 호랑이를 물듯이 포기하지 않겠다.”
유남규 남자탁구대표팀 감독의 뼈 있는 한 마디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한국 남자 탁구의 현실이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중국의 벽은 달걀로 바위치기다. 유 감독도 대표팀 맏형 주세혁도 “중국과 맞대결서 이길 확률은 10% 미만”이라고 한다. 그러나 열 번 만나 한 번을 이길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는 숙제부터 풀어야 한다.
↑ 지난달 30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남자 탁구 단체 결승 한국과 중국의 경기서 한국 남자탁구대표팀 유남규 감독이 주세혁에게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중국은 2010년 광저우대회 전종목 석권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번 대회도 전종목 석권을 노리고 있다. 세계 톱랭커들이 모두 참가한 중국은 자신감과 여유가 넘친다.
류궈량 중국 대표팀 감독은 “중국의 탁구가 최강이라는 것은 세계가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중국이 다 이기는 것도 좋지만, 탁구 발전을 위해 다른 국가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마치 미국 프로농구(NBA)와 프로야구(메이저리그)가 저변 확대를 위해 유럽이나 아시아 원정길에 오르는 것과 비슷하다.
한국 탁구는 1980~90년대 중국과 1, 2위를 다퉜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중국은 국가적인 지원을 통해 탁구 유망주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저변이 약하다. 학원 스포츠의 한계다.
유남규 감독은 “우리의 목표는 중국이다. 가장 경계했던 대만과 일본을 이긴 것은 만족하지만, 최선을 다한 경기였으나 한국에서 열린 경기에서도 중국에 또 졌다”며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유 감독은 물론 대표팀 맏형 주세혁도 현재보다 미래를 위한 투자와 지원을 호소했다. 이대로는 중국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우린 1980~90년대 중국과 1, 2등을 다퉜는데, 10년 전부터 중국은 준비를 잘한 것 같다. 탁구도 프로화를 시켜 유소년들이 발전했다. 투자를 많이 했다. 중국은 잘하는 선수가 은퇴할 때쯤 또 신인이 나오는 일이 반복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유 감독은 “우리도 2등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클럽팀으로 저변을 확대해 고급 기술을 가르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 앞으로 5년, 10년 플랜을 짜면 중국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대표팀 은퇴를 바라보는 주세혁도 후배들 양성을 위한 걱정이 컸다. 주세혁은 “국가에서 밀어주는 중국과 한국의 탁구 규모는 10대1에 불과하다. 우리도 대표팀 운영과 유소년 시스템 등 체질 개선이 있어야 중국을 한 번이라도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노려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은 과연 못 넘을 벽인가. 주세혁은 “은메달에 만족하는 분위기가 속상하다”고
갈 길이 먼 한국 탁구. 그런데 한국 여자 탁구의 전설인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이 혈중 알코올 농도 0.201%의 면허 취소 기준치를 훨씬 넘는 만취 상태서 음주교통사고를 냈다. 중국의 벽에 맞서 진돗개처럼 달려들고 있는 후배들의 아시안게임 기간에 벌어진 씁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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