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CSKA 모스크바 골키퍼 이고리 아킨페예프(28·러시아)가 1일(이하 한국시간) 바이에른 뮌헨과의 2014-15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E조 2차전 홈경기(0-1패)에서 팀의 패배를 막진 못했으나 맹활약했다. CSKA 모스크바와 뮌헨은 각각 2013-14시즌 러시아 1부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 챔피언이다.
경기 후 통계회사 ‘옵타 스포츠’ 공개자료를 보면 CSKA 모스크바는 슛 11-22와 유효슈팅 3-8, 점유율 23%-77%로 열세가 확연했다. 골키퍼인 아킨페예프가 공 터치 45번으로 팀 4위였다는 것에서 CSKA 모스크바가 얼마나 수세에 몰렸는지 짐작할 수 있다.
↑ 아킨페예프(35번)가 악수를 청하는 뮌헨 결승골 주인공 뮐러(왼쪽)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러시아 모스크바)=AFPBBNews=News1 |
아킨페예프가 지키는 골문을 바탕으로 CSKA 모스크바는 이따금 반격에 나섰다. 전반 41분 세트피스에서 미드필더 로만 에레멘코(27·핀란드)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왼발로 슛한 것이 크로스바를 맞지 않았다면 무승부도 가능했다.
아킨페예프는 골키퍼임에도 20세의 나이에 2006년 러시아 스포츠일간지 ‘스포르트 엑스프레스’가 선정한 ‘발트 3국 및 독립국가연합 올해의 선수’를 수상할 정도로 일찍부터 주목받았다. ‘발트 3국 및 독립국가연합’은 사실상 구소련의 영역을 뜻한다.
2018 월드컵 개최국인 러시아가 12년 만에 본선에 참가한 2014 브라질월드컵에 임하는 아킨페예프는 A매치 출전 4위이자 유럽축구연맹선수권 본선만 3차례 경험한 베테랑이었다. 당시나 지금이나 소속팀 CSKA 모스크바의 주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러시아는 2무 1패 2득점 3실점 24위로 브라질월드컵을 마감했다. 24위는 구소련을 포함한 러시아 역대 최저성적이다. 아킨페예프는 한국과의 H조 1차전(1-1무)에서 이근호(29·알자이시 SC)의 선제골과 직결되는 실책으로 체면을 구겼다. 모두가 긴장한 12년 만의 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서 나온 치명적 실수였다.
H조 2차전에서 한국을 4-2로 완파한 알제리는 러시아와의 3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알제리는 브라질월드컵을 14위로 마쳤다. 알제리와 비긴 러시아가 “아킨페예프의 실책만 없었다면…”하며 한국전 무승부를 아쉬워할 만하다.
브라질월드컵 예선부터 러시아대표팀은 이탈리아 명장 파비오 카펠로(68)가 감독으로 있다. 이탈리아 뉴스매체 ‘라로마24’는 9월 15일 “아킨페예프는 브라질월드컵 한국전의 ‘환상적인 실책’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면서 “카펠로에게는 아직도 악몽이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위신과 명망이 엄청나게 깎였다”고 꼬집기도 했다.
‘라로마24’의 보도는 2013-14 이탈리아 세리에 준우승팀 AS 로마가 CSKA 모스크바와의 챔피언스리그 H조 홈 1차전을 3일 앞둔 시점에서 나왔다. 로마를 상대로도 한국전처럼 실수해달라는 듯한 주문이 맞아떨어졌는지 아킨페예프는 또다시 실점직결 실책을 범하며 팀의 1-5 대패에 원인을 제공했다.
가히 악몽 같은 2014년을 보내고 있으나 2014-15 러시아 1부리그에서는 9경기 8실점 무실점 4경기로 나쁘지 않다. CSKA 모스크바 통산 307경기 279실점 무실점 123경기를 기록 중이다. 자타공인 유럽 강호 뮌헨을 상대로 맹활약한 것을 계기로 액운을 떨쳐낼 것인지 주목된다.
↑ 아킨페예프(1번)에게는 이제는 잊고 싶을 브라질월드컵 한국전 실책 장면. 사진(브라질 쿠이아바)=AFPBBNews=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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