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한국축구에는 와일드카드 잔혹사라는 게 있다. 전력 강화를 위해 연령 초과 선수를 선발했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톡톡히 얻지 못했다.
그러나 28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하는 이광종호는 다른 평가를 들을 것이다. 1986년 서울아시아경기대회 이후 첫 결승 진출에 성공했고 한판만 더 이기면 그토록 염원하던 금메달을 획득한다.
이렇게 빛나는 활약을 펼친 와일드카드가 있었을까. 골키퍼 김승규(24·울산)와 미드필더 박주호(27·마인츠)는 눈부신 활약을 선보이며 한국의 아시아경기대회 결승행에 이바지했다.
박주호는 16강 홍콩전에서 그림 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추가골을 넣으며 8강으로 이끌었고, 김승규는 8강 일본전과 준결승 태국전에서 몇 번의 실점 위기를 슬기롭게 막아냈다. 박주호는 이광종호의 튼튼한 허리였고, 김승규는 이광종호의 믿음직한 문지기였다.
↑ ‘바통 터치’ 김승규(오른쪽)의 선방 속에 한국은 제17회 아시아경기대회 남자축구 결승에 진출했다. 와일드카드의 활약은 컸다. 김신욱(왼쪽)만 빼고. 보여준 게 별로 없다. 기회는 많지 않다. 뭔가 보여줄 수 있는 무대도 이제 1경기 뿐이다. 사진(인천)=김재현 기자 |
무득점은 아니다.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33분 추가골을 넣었다. 하지만 김승대(23·포항)가 밥상을 다 차려준 골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2경기 111분을 뛰면서 1골을 넣었다. 6개의 슈팅을 시도했는데 골문 안으로 향한 건 불과 2개였다. 다듬어지지 않은 동료와의 협력 플레이도 아쉬움이 있었다.
냉정히 말해, 누구도 만족스럽지 않은 활약상이다. 김신욱도 스스로 잘 알며 느끼고 있을 터다. 그렇기에 더욱 의지가 강하다.
이제 남은 건 딱 한 경기다. 북한과 결승, 이 한 판을 위해 두 판을 걸렀다. 8강 일본전과 준결승 태국전에 김신욱은 몸만 풀었다. 아끼고 또 아꼈다. 이광종 감독이나 김신욱이나 무리하지 않았다. 더 중요한 순간 꺼내기 위한 필승 카드이기에.
김신욱은 ‘최종병기’가 되어 돌아왔다. 그에 따르면 부상은 거의 회복됐고 몸 상태도 좋다. 김신욱은 “현재 내 몸 상태는 100%다. 결승 출전 준비도 마쳤다”라고 밝혔다.
결정권을 쥔 이광종 감독은 “(내가 보기에)김신욱은 아직 100%가 아니다. 상황에 따라 후반에 따라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선발도 아닌 교체 출전조차 불확실하다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다.
누구의 연막작전이고 누구의 언론플레이인
다만 분명한 건 박주호와 김승규는 모든 것 쏟아냈고 이제 김신욱이 보여줄 차례라는 것이다. 한국이 북한을 꺾고 28년 만에 금메달을 따는 순간, 돌아온 김신욱이 골을 넣으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꽤 아름다운 그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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