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2002 부산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은 한일전이 예상됐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로 인기가 폭발하던 시기였고 박지성, 이영표, 이운재, 이천수, 최태욱, 현영민 등 월드컵스타가 참가했다. 한일전이라는 빅 매치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거짓말 같이 준결승에서 이란에게 졌다. 역대 최고의 흥행을 보장했던 결승은 한국의 탈락으로 예약 취소 사태가 벌어지면서 가장 썰렁한 결승이 됐다.
12년 후에는 달랐다. 이번 인천 대회에서는 빅 카드가 성사됐다. 한일전과 함께 가장 흥미진진한 남북전이다. 북한이 이라크를 연장 혈투 끝에 승리해 결승 무대에 선착한 가운데 한국이 뒤이어 올랐다. 번번이 준결승에서 미끄러졌던 ‘사고’는 없었다.
↑ 이승우는 2014 AFC U-16 챔피언십에서 가장 빛난 별이었지만 끝내 웃지 못했다. 아쉽고 원통하던 이승우의 표정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북한에게 갚아야 할 빚도 있다. 한국축구는 최근 잇달아 북한의 벽에 부딪혀 쓰러졌다.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 결승과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준결승에서 나란히 1-2로 분패했다. 12년 만에 우승(U-16 대표팀)과 정식 종목 채택 후 24년 만에 결승 진출(여자 A대표팀)의 꿈이 좌절됐다.
오래 전 일도 아니다. 불과 열흘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악몽이고 아픔이었다. 소년 태극전사와 태극낭자는 눈물을 흘렸다. 이승우(바르셀로나)와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은 큰 아쉬움에 아파했다. 열렬히 응원했던 축구팬도 함께 슬퍼했다.
지소연은 ‘누나’로서 동생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했지만, 그 또한 ‘불운’에 눈물을 삼켜야 했다. 이제 ‘형들’이 나설 차례다. ‘오빠’ 김신욱(울산)과 박주호(마인츠)를 비롯해 22,23살 형들이 힘을 모아 혼을 내줄 차례다. ‘한 대’로는 부족하다. 적어도 ‘세 대’는 때려야 한다.
↑ 이광종호는 28년 만에 아시안게임 결승 무대를 밟았다. 목표는 금메달이다. 그리고 북한을 이기는 것이다. 사진(인천)=김재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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