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지메시’ 지소연(23·첼시 레이디스)의 꿈은 또 다시 이뤄지지 않았다. 그토록 승리하고 싶었던 북한을 이길 뻔 했지만 승자는 또 북한이었다. 지소연과 한국은 패자가 됐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아쉬웠던 패배였다.
지소연은 북한과 악연이었다. 태극마크를 단 이후 연령별 대표팀에서 북한을 상대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6전 전패였다.
2006년 도하아시아경기대회에서 첫 대결을 펼쳤으나 1-4로 패배를 경험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및 U-19 챔피언십 본선에서도 고개를 숙였다.
2010년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 준결승에서 만나 90분 동안 1-1을 만들었으나 연장 혈투 끝에 1-3으로 패했다. 2012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과 지난해 동아시안컵에서는 1골차 분패였다.
↑ 한국은 29일 오후 8시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준결승에서 북한에게 1-2로 패했다. 지소연(빨간색 유니폼)이 결승골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그렇기에 이번 대회 준결승에서 북한과 만남은 ‘필연’이었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종합경기대회에서 북한과 준결승에서 맞붙었다. 북한을 이기면 아시아경기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이에 필승의 의지는 더욱 강했다. “솔직히 북한전만 생각하면 아픈 기억만 가득하다. 분함과 아쉬움을 간직하고 있다. 좋은 기억이 없는데 이번에 만들고 싶다. 꼭 설욕하겠다.” 지소연의 당찬 각오였다.
지소연은 이날도 몸이 가볍지 않았다. 누적된 피로를 이겨내지 못했다. 그러나 “컨디션이 나쁜 건 변명일 뿐이다”라는 지소연은 이를 악물고 뛰었다.
전반 15분 기가 막힌 공간 패스로 권하늘(부산 상무)에게 찬스를 만들어준 지소연의 플레이는 후반 중반 이후 살아났다. 북한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시점이었다. 그는 재치있는 볼 터치와 패스로 북한의 집중견제를 피했다.
득점 찬스도 잡았다. 후반 20분 전가을(현대제철)이 띄운 프리킥을 헤딩 슈팅으로 연결한 걸 골키퍼 홍명희가 잡으려다 뒤로 흘린 것. 그대로 골라인을 통과하면 득점이었지만, 골키퍼 홍명희가 재빠르게 몸을 돌려 잡아냈다.
지소연의 한탄은 한 차례 더 있었다. 아크 정면에서 수비수 1명을 제친 후 날린 회심의 중거리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혔다. 후반 44분으로 1골 승부였던 순간이었다. 들어갔으면 끝이었다. 지소연의 북한전 첫 골이자 첫 승의 결승골이 될 수 있었기에 원통할 따름이었다. 4분 후 허무하게 허은별에게 결승골을 내줬기에 지소연의 투혼은 더욱 아쉬웠다.
※지소연의 각급 대표팀 북한전 성적
2006년 12월 도하아시아경기대회 조별리그 1-4 패 | 무득점
2007년 3월 AFC U-16 챔피언십 준결
2009년 8월 AFC U-19 챔피언십 조별리그 0-3 패 | 무득점
2010년 11월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 준결승 1-3 패 | 무득점
2011년 9월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2-3 패 | 무득점
2013년 7월 동아시안컵 1-2 패 | 무득점
2014년 9월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준결승 1-2 패 | 무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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