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겉보기에는 이보다 한심할 수가 없다. 더그아웃에는 리더가 없어 보인다. 선수들은 안타만 쳐도 세리머니다. 야시엘 푸이그는 여전히 철이 없고, 맷 켐프는 선발에서 빠져도 불만, 포지션을 옮겨도 불만이었다. 그런데 이런 팀이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LA다저스는 25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9-1로 승리하며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우승을 확정했다. 스티브 핀리의 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지구 우승을 확정지은 2004년 이후 또 한 번 라이벌 샌프란시스코와의 홈경기에서 지구 우승 확정의 기쁨을 누렸다.
↑ 겉으로 보기에는 오합지졸이었지만, 다저스는 강했다. 사진= 조미예 특파원 |
전반기 다소 주춤하다 후반기 치고 올라오는 양상이 되풀이됐다. 6월 9일 지구 선두 샌프란시스코에 9.5게임 차로 뒤졌던 이들은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고, 6월 30일 공동 선두로 올라서더니 7월 27일 샌프란시스코 원정에서 5-0으로 승리한 이후 끝까지 1위 자리를 움켜쥐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다저스는 겉보기에는 굉장히 엉성한 조직력을 보여줬다. 올스타급 선수만 네 명이 포진한 외야는 여전히 문제였다. 주전 유격수 핸리 라미레즈는 여전히 수비가 엉성했고, 자주 다쳤다.
겉으로 보기에는 오합지졸이었지만, 폭발하면 무서웠다. 디 고든과 야시엘 푸이그는 새로운 테이블세터 조합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아드리안 곤잘레스는 꾸준한 활약으로 말없이 팀 타선을 이끌었다.
지난 시즌 잦은 부상에 시달렸던 맷 켐프도 서서히 이전 기량을 회복해갔다. 발목 부상으로 전반기 40경기를 결장한 칼 크로포드는 올스타 휴식기 이후 타율 0.316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핸리 라미레즈는 초반에는 부진했고 6월 이후에는 많이 다쳤지만, 후반기 들어 타율을 2할 후반대까지 끌어올리는 저력을 보여줬다.
↑ 외야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이디어는 대타 대수비 요원으로서 자기 일을 묵묵히 해냈다. 어쩌면 팀에서 가장 어려운 역할이었다. 사진= 조미예 특파원 |
음지에서 희생도 돋보였다. 저스틴 터너는 내야 전 포지션을 담당하는 넓은 수비 범위와 대타로만 0.379의 타율을 기록하며 벤치 멤버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외야 주전 경쟁
맷 켐프는 “한 선수가 떨어지면, 다른 선수가 달아오른다”며 다저스 상승세의 비결에 대해 말했다. 이들은 한 시즌 동안 나름대로 굴곡이 있었지만, 적어도 한 번에 무너지지는 않았다. 그랬기에 ‘오합지졸’ 다저스는 선두를 유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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