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강윤지 기자] 기계체조 남자 대표팀의 맏형 이상욱(29·전북도청)이 ‘반전 드라마’를 썼다.
이상욱은 지난 23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기계체조 남자 개인종합에서 총점 87.200으로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12년 만에 메달을 추가했을 정도로(2002 부산아시안게임 김동화의 은메달이 가장 마지막 메달이었다) 우리나라가 약세를 띤 부문에서 올린 성과였다.
↑ 이상욱이 23일 기계체조 남자 개인종합 부문 동메달을 따낸 뒤 인터뷰서 이날 경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사진(인천)=강윤지 기자 |
85년생, 한국 나이로 서른인 이상욱은 “(재활 후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계속 도전은 해봤는데 선수들이 워낙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좋은 기회가 찾아와 재합류하게 됐다”며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또 “선수들이 나이 차이 때문에 많이 어려워할 줄 알았는데 거리낌도 없고 말도 잘 따라줘 단체경기에서 좋은 성적이 났다. 그에 이어 오늘도 뜻 깊은 동메달을 따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상욱은 이날 마루(14.850점·2위), 안마(14.150점·4위), 링(14.200점·5위), 도마(14.400점·5위), 평행봉(14.850점·3위), 철봉(14.750점·3위) 등 여섯 종목에서 고른 점수를 받았다. 그는 매 종목 연기를 마친 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관중의 뜨거운 환호에 화답하기도 했다. 이상욱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단체전에 비해 오늘이 좀 더 완벽하지 않았나 싶다”며 경기 내용에 흡족해했다. 이어 “착지할 때 움직이지 않으려 했는데도 살짝 씩 움직이다 보니 거기서 점수가 조금 깎였다. 그것만 아니었으면 2등까지도 올라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욕심도 조금 들긴 했지만 그런 것은 바로 떨쳐버렸다. 동메달이 어딘가”라며 웃었다.
이날 연기마다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우리나라 관중들의 호응은 대단했다. 이상욱은 “(기계에) 올라가기 전 호응에 소름이 한 번 돋으며 ‘이게 진짜 큰 무대구나’ 싶었다. 또 연기를 마치고 내려왔을 때 들리는 관중들의 환호가 완벽한 연기를 끝냈을 때의 만족감과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소름이 돋고 전율까지 일었다”며 “너무 좋아서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정말 많이 했더니 허리가 아프다”는 농담까지 곁들였다. 이날 그는 관중의 호응에 답하기 위해 손으로 하트를 여러 번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 링 연기를 마친 후 안정적으로 착지한 이상욱. 이날 이상욱의 안정감은 크게 돋보였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이상욱은 이번 대회를 마친 뒤 바로 중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과 전국체전에 연이어 출전할 예정. 세계선수권서도 개인전에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단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단다. 또 “오늘 들어가서 동생들에게 기를 나눠주겠다”며 후배들을 각별히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양학선 같은 경우에는 세계 1위니까 하는 대로만 하면 1등하지 않을까 싶다. 박민수에 대해서는 오늘 경기 전 1등, 나는 3등 이렇게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같이 잘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 점이 아쉽다. 오늘 경기를 빨리 잊고 내일과 모레 자신의 몫만 잘하면 좋은 성적이 따라오지 않을까”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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