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최강희 감독의 표현대로 욕심의 결과일까. 스퍼트를 내겠다던 전북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추격의 빌미를 제공한 ‘1강’은 이제 선두자리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2주 전과 다를 게 없다. 아니 그보다 더 좋지 않다. 전북은 지난 16일 포항과 1-2위 맞대결에서 2-0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전북은 승점 44점을 기록, 승점 40점의 포항을 4점차로 따돌렸다. 3위 수원(승점 35점)과는 무려 9점차였다.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K리그 클래식에서 7승 2무의 가파른 오름세였다.
‘경쟁자’ 포항도 인정할 정도로 ‘1강’이었다. 단순한 승리가 아니었다. 전북은 포항을 압도했다. 포항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한 경기는 올해 처음이었다. 한 수 위의 전력 및 경기력을 보여줬다. 최강희 감독도 “완벽했다”라며 흡족해 했다.
↑ 전북은 K리그 클래식 2경기 연속 패로 포항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선두가 위태로운 가운데 이동국과 한교원, 두 공격 옵션을 잃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그런데 전혀 뜻밖의 결과가 펼쳐졌다. 전북은 승부수를 띄웠던 6연전의 초반 2경기에서 내리 패했다.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을 얻어맞았다. 한 방도 아닌 두 방을 아주 세게 맞았다.
전북이 주춤한 사이, K리그 판도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포항을 비롯해 수원, 전남이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전북으로선 고개를 돌려보니 포항이 바로 옆에 위치해있다. 승점 44점으로 동률이다. 3위 수원, 4위 전남과는 승점 5점차다. 크게 벌려놓으려 했더니 오히려 더욱 좁혀졌다.
전북으로선 기분 나쁘겠지만 판이 참 재밌게 돌아가고 있다. 전북의 독주로 펼쳐질 것 같더니, 이제는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판이 됐다. 전북은 1,2경기만 더 미끄러지면 선두는커녕 3위 이하로도 내려갈 위기에 처하게 됐다.
FA컵에 이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실패한 포항은 K리그 클래식 2연패에 ‘올인’을 한다. 바짝 쫓고 있는 수원, 전남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이 가운데 전북은 가장 믿음직한 세 가지 공격 옵션을 잃었다. 이동국과 한교원이 A대표팀에, 이재성이 U-23 대표팀에 차출된다. 이동국과 한교원은 각각 11골과 8골로 팀 내 득점 1,2위다. 또한, 전북의 지난 2경기에서 나온 2골을 넣은 주인공들이다.
장기 이탈은 아니다. 1달 동안 자리를 비울 이재성과 다르게 이동국과 한교원은 1주일만 빠진다. 그렇지만 ‘닥공’의 위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A대표팀은 5일 베네수엘라전 및 8일 우루과이전, A매치 2연전을 치른다. 6일 상주전 결장은 확정됐다.
전북은 매 경기 승점 3점을 쌓으며 다시 달아나야 하는데 이동국과 한교원 없이 2경기를 갖는다. 위기는 곧 기회라지만, 전북에겐 꽤 큰 위기다. 그러나 K리그 클래식의 순위 다툼은 더욱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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