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1번 자리가 편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LG 트윈스의 4번 타자를 맡았던 정성훈(34)이 톱타자로 변신한 이유다. 정작 당사자는 편한데 상대는 참 껄끄럽다. 무늬만 리드오프인 정성훈의 숨길 수 없는 ‘4번 본능’ 때문이다.
정성훈은 올 시즌 두 가지를 내려놓았다. 수비에서는 3루수, 공격에서는 4번 타순을 버렸다. 대신 부담이 적은 1루수와 1번 타순으로 변신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정성훈이 1번 가면을 벗고 4번의 진짜 얼굴을 드러낼 때마다 LG는 웃고 있다.
↑ LG 트윈스 내야수 정성훈이 리드오프로 변신해 무서운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올 시즌 타율도 2009년 LG 이적 후 최고다. 93경기서 타율 3할2푼2리를 기록했다. 시즌 52득점을 올린 정성훈은 5득점만 추가하면 한 시즌 개인 최다득점(56득점) 기록도 갈아치운다. 출루율도 4할1푼6리로 팀 내 3위, 개인 통산 최고 기록을 쓰고 있다.
정성훈이 무서운 이유는 해결사 본능이다. 리드오프로 나서고도 52타점을 기록해 팀 내 4위에 올라있고, 장타율은 5할1푼7리로 팀 내 2위다. 더 대단한 것은 홈런 기록. 13개로 팀 내 1위다. 왜 무늬만 리드오프인지 보여주는 증거자료들이다.
정성훈의 진가는 지난 29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에서 드러났다. 자신의 올 시즌 두 번째 연타석 홈런(개인 통산 5호)을 포함해 5타석 4타수 4안타 1볼넷 5타점 2득점을 기록하는 원맨쇼로 팀의 12-2 대승을 이끌었다. 4연승이 끊긴 이후 자칫 연패에 빠질 수 있었던 위기를 넘긴 결정적 해결사 역할을 도맡았다.
1루 수비에서도 빛났다. 7회 SK 한동민의 우전안타성 타구를 환상적인 다이빙캐치로 잡아내 우규민에게 깔끔한 토스로 연결시키는 호수비를 선보였다. 정성훈의 수비 센스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정성훈의 리드오프 존재감은 크다. LG는 확실한 거포가 없는 대신 생계형 타자는 많다. 발이 빠른 타자는
정성훈의 리드오프 변신은 LG의 타순 정리를 편하게 만들었다. 후반기 LG가 기적 같은 상승세를 타면서 최하위에서 4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비결 중 정성훈의 헌신과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LG는 가을야구에 성큼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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