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시구하면 여자 연예인의 섹시한 포즈가 많이 떠오르시죠.
하지만 요즘은 '감동 시구'가 그라운드를 촉촉히 적시고 있습니다.
김동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낯뜨거운 쫄바지를 입거나 기상천외한 동작과 퍼포먼스로 전 세계 야구팬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시구.
올해는 화끈함 대신 따뜻한 감동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삼성 이승엽의 손에 이끌려 마운드로 향하는 소년은 망막모세포종으로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공민서 군.
하지만 우상 이승엽의 설명만 듣고 정확히 포수 미트에 꽂아 넣습니다.
기꺼이 눈이 돼 주고, 애지중지하던 목걸이도 내 준 이승엽은 극적인 홈런포로 공 군과의 소중한 약속도 지켰습니다.
▶ 인터뷰 : 공민서 / 시각장애아동
- "제가 이 팔찌를 드리고 오늘 홈런을 쳐 달라 했거든요. 그런데 진짜 쳐 주시네요."
SK 투수 김광현도 특별한 시구에 동참했습니다.
5년 전 자신의 기부금으로 심장 수술을 받은 어린이가 완치되자 새 삶을 알리는 힘찬 시구를 직접 받아준 겁니다.
롯데는 바지에 변을 본 어린이 팬의 속옷을 손수 빨아준 환경미화원을, 한화는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영웅의 딸을 주인공으로 올렸습니다.
롯데 외국인 선수 옥스프링 자녀의 시구·시타와 두산 홍성흔 딸의 시구는 훈훈한 '아빠 미소'를 짓게 했습니다.
한쪽 다리를 잃은 아이스하키 선수가 두 발로 서고, 하반신 마비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은 댄서가 휠체어로 오른 마운드.
그들이 던지는 건 꿈과 희망입니다.
MBN 뉴스 김동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