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롯데 감독의 신세가 참 처량하게 됐다. 구단에서 사퇴를 종용했고, 김 감독 자신도 용퇴를 결정했다. 하지만 신동인 구단주 대행이 만류하자 마지못해 주저앉았다.
그 과정이 낱낱이 언론에 드러났다. 롯데 구단의 입장은 분명하다. 김시진 감독의 지도력과 능력으론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은 난망하다고 판단했다. 김시진 감독 역시 이런 구단의 뜻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시진 감독은 그대로 지휘봉을 잡고 있다.
롯데는 25일 현재 26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4위 LG 트윈스와는 2.5게임차다. 충분히 역전 가능한 수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김시진 감독이 그대로 있는 한 롯데의 4강 진입은 어렵다. 모든 스포츠 종목이 마찬가지지만 야구는 특히 멘탈이 중요하다. 감독과 프런트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감독과 코치 그리고 선수들 간에 신뢰가 깨지는 순간 그 팀의 성적은 곤두박질친다.
슬픈 얘기지만 김시진 감독의 롯데 선수들에 대한 리더십은 무너진 지 오래됐다. 특히 정민태 투수코치의 예에서 드러났듯 투수들의 반발이 거센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 투수들은 정민태 투수코치의 투수진 운용방식에 대놓고 반기를 들었다. 김시진 감독은 이런 상황을 해결하지 못했다. 롯데 선수들은 김시진 감독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시즌 초반 롯데 구단은 권두조 수석코치 경질과정에서 김시진 감독에게 큰 상처를 줬다.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프런트가 편 가르기 양상을 보였고, 선수들은 항명을 서슴지 않았다. 이 때 나온 얘기가 롯데 투수들은 투수코치 보다 팀내 고참인 모 투수의 지시를 더 따른다는 것이었다. 안하무인격인 행동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용병 히메네스의 처리를 놓고도 구단은 우유부단했다. 팀 내 분위기가 어수선해 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런 상황에서 김시진 감독에게 제대로 된 리더십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김시진 감독은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해 내려고 애쓰는 지도자다. 때론 유약해 보이고, 답답해 보일 때도 있지만 김 감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김시진 감독 같은 유형의 지도자가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프런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구단에서 교통정리를 깔끔하게 해줘야 하지만 롯데와 김시진 감독은 애초에 맞지 않았는지 모른다. 롯데 구단은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김시진 감독에게 강력한 카리스마를 요구했다.
김시진 감독의 임기는 내년까지다
그것이 롯데를 살리고, 김시진 감독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다.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