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선물 같은 주말이었다.
25일 새벽(한국시간) 태평양 너머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리틀야구 한국대표팀이 29년 만에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큰소리쳐도 ‘저변’ 얘기만 나오면 왠지 기가 죽던 한국야구가 4반세기만에 받아 든 뿌듯한 성적표다.
꼬박 반나절 전인 24일 오후, 군산 월명야구장에서는 제1회 KBO총재배 직장인 야구대회 초대 챔프가 탄생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실업야구 부활의 꿈을 품고 만든 대회다.
더 많은 야구 꿈나무들이 자라고, 더 많은 야구 선수들이 더 오래 그라운드를 달릴 수 있기를… 한국 야구가 소망하는 튼튼한 미래는 그런 모습이다.
↑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이 25일 미국 시카고팀과의 결승전에서 6회 최해찬이 솔로홈런 터뜨린 후 ‘번개 세리모니’를 함께 하고 있다. 한국은 29년만에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챔프에 올랐다. 사진(미 윌리엄스포트) =ⓒAFPBBNews = News1 |
이번 대회는 ‘선수출신’의 전 포지션(투수 포함) 무제한 출전을 허용하면서 ‘탈동호인’ 수준의 치열한 토너먼트를 펼쳤다.
초대 챔프에 오른 특수강 전문기업 세아베스틸(전북)은 군산사업장의 60여명 직원들이 참가하고 있는 탄탄한 전력의 직장팀이다. 야구선수 출신 회사 대표(윤기수)의 적극적인 성원으로 2004년 처음 만들어진 이 팀은 거의 매해 한 명 꼴의 ‘선출’ 신입사원을 특채하면서 팀의 전력을 키웠다. 대회 MVP를 거머쥔 투수 문용두를 비롯, 30대 초중반의 젊은 ‘선출’들이 선발 라인업을 꽉 채우면서 ‘이유 있는 우승’에 성공했다.
준우승팀 세종공업(부산)은 울산의 자동차부품 전문기업이다. 프로 출신 최홍주 감독(전 삼성), 김태형 투수(전 롯데)를 비롯해 ‘선출’만 9명을 보유한 강팀으로 부산 주말리그를 뛰고 있는 전적 때문에 이번 대회에는 부산 대표로 초청됐다. 기량을 뒷받침해주지 못한 40대 야구팀의 체력이 안타까움을 사면서 우승을 놓쳤다.
1998년 처음 사내 야구팀을 만든 최감독은 “선출들이 팀 창단 초기에 영입했던 사원들이라 모두 40대가 넘었다. 이번 대회의 선전으로 회사의 관심을 다시 모으고 신입 선수들을 뽑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 KBO총재배 직장인야구대회는 ‘선수출신’ 직장인 선수들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30대 ‘선출’ 주전들의 우월한 기량을 앞세워 초대 챔프에 오른 전북 세아베스틸 선수들이 우승후 최광웅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사진(군산)=KBO 제공 |
10구단으로 늘어났어도 여전히 낙타가 바늘구멍 뚫는 경쟁률인 프로 입단 밖에 장래가 없다면, 리틀야구팀, 학교팀들의 선수자원 확대가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이 2003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실업야구의 부활을 꿈꾸게 했다.
급하게 시작했지만 첫 대회는 흥미로웠다. 전 경기가 TV 생중계되고 사원들의 후끈한 응원열기도 따라주면서 야구팀을 바라보는 회사들의 온도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상당한 규모의 종업원수를 갖춘 우량 기업들이 자존심을 겨뤘던 만큼, 저마다
8강전에서 분패한 인천대표 GM코리아(선출 2명)는 “내년에는 싹 선출 주전을 장착하고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또 다른 무엇의 첫걸음일 수 있을까. KBO는 일단 전국체전 야구에서 대학부와 분리된 일반부가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해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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