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부산) 안준철 기자] “아휴, 지금 졸려요 솔직히 어제(22일) 잠을 설쳤더니 그런 것 같아요. 오늘 경기에 나가 뛰었다면 딱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할 것 같은 컨디션이에요.”
뭔가 초조한 분위기. 23일 은퇴를 앞둔 롯데 자이언츠 조성환(38)의 표정이 그랬다. ‘영원한 캡틴’이라는 수식어. 1999년 롯데에 입단한 뒤 16년 동안 뛴 훈장이었다. 그는 현역 마지막 순간에도 롯데만을 생각했다.
↑ 23일 오후 부산 사직운동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시수비에 나선 조성환이 은퇴 기념 2루 베이스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부산)=한희재 기자 |
한창 4위 싸움을 경쟁 중인 LG와의 대전을 앞둔 은퇴행사를 두고 조성환은 후배 걱정이 앞섰다. 은퇴를 표명하고 난 뒤 전력분석원으로서 새 출발을 한 소감도 밝혔다. ““전력분석원으로 활동한지 이제 2개월 조금 넘었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제 자신에게도 그렇고. 선수시절에 못보던 그런 부분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죠. 경기를 치르다보면 큰 흐름과 작은 흐름이 있기 마련인데 전력분석원 일을 하다보니 큰 흐름이 경기를 좌지우지하는 것 같아요.” 다시 현역으로 복귀하고 싶다는 마음도 조심스레 내비쳤다.
하지만 조성환의 현역시절은 순탄치 못했다. 원광대를 졸업하고 롯데에 입단했지만 하위 라운드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03년 팀 내 유일한 3할타자였지만 병역비리에 연루돼 공백기를 가졌다. 그러나 조성환은 오뚝이였다. 공익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2008년 조성환의 활약이 없었다면 롯데는 기나긴 암흑기를 탈출할 수 없었다. 8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의 일등공신은 조성환이었다. 2009년에는 상대 투수의 투구에 관자놀이를 맞아 큰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역시 조성환은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났다. 그래서 그에게 영원한 캡틴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나보다.
“영원한 캡틴이라고 불러주시는데 정말 감사할 일이죠. 그런데 이 말을 정말 하고 싶었어요. 솔직히 오랜 기간 주장을 맡았는데 부담이 안 될 순 없었어요. 그러나 동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저보다 실력도 더 뛰어나고 큰 선수들이 많았는데 선, 후배들 모두 제게 잘 맞춰줬어요.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역할을 제가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이유 때문에 책임감이 생겼죠.”
↑ 23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후 열린 롯데 조성환의 은퇴식에서 조성환이 자동차를 타고 경기장을 순회하고 있다. 사진(부산)=한희재 기자 |
경기 후 불펜카를 타고 돌던 조성환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김시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후배들도 조성환의 등번호인 ‘2번’을 달고 그의 퇴장을 아쉬워했다. 팬들도 조성환의 응원가인 다니엘 분의 뷰티풀 선데이의 리듬에 맞쳐 조성환을 연호했다. 눈물을 머금은 조성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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