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부산) 안준철 기자] 모든 조명이 꺼진 부산 사직구장. 한 사내가 불펜카에 올라 그라운드를 돌자 조명이 그를 비췄다. 그는 손을 흔들며 붉어진 눈을 감추려 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영원한 캡틴’ 조성환(38)이 그렇게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조성환은 23일 16년간 함께 했던 롯데 유니폼을 입고 부산 사직구장에서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조성환의 은퇴를 맞아 선수 및 코칭스태프들은 모두 조성환의 등번호 ‘2번’을 달고 LG전에 나섰다.
↑ 23일 오후 부산 사직운동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간단한 은퇴 기념 행사를 마치고 들어오는 조성환이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부산)=한희재 기자 |
이날 롯데는 조성환의 은퇴식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를 가졌다. 매 이닝 공수 교대 때 팬들이 직접 선정한 조성환의 최고 순간 ‘톱 10’ 영상도 대형 전광판에 올렸다. 전광판에 조성환의 전성기 때 영상이 나오자 관중들은 환호로 답했다.
조성환은 이날 더그아웃에 앉지 않았다. 당초 롯데 구단은 은퇴경기로 행사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조성환이 이를 완강하게 거부했다. 조성환은 “은퇴경기를 치르기 위해 엔트리 하나를 낭비할 수 없다”며 끝까지 팀을 생각하는 태도를 보였다. 더그아웃에도 앉지 않고 라커룸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봤다.
↑ 23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후 열린 롯데 조성환의 은퇴식에서 조성환이 자동차를 타고 경기장을 순회하고 있다. 16년간 롯데에 몸 담았던 "영원한 캡틴" 조성환은 이날 은퇴식을 끝으로 자신의 선수생활을 뜨겁게 마감했다. 사진(부산)=한희재 기자 |
이어 조성환은 팬들과 가족, 동료에게 바치는 마지막 편지를 읽었다. 그렇게 롯데의 영원한 캡틴은 그라운드를 떠났다. "자이언츠 팬들은 저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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