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인 2000년대 중반이었다. 김용휘 현대 유니콘스 사장이 점심 식사 자리에 염경엽 운영팀 대리를 데리고 나왔다. 당시 염경엽 대리는 말단 출입기자들도 대충 말을 놓는 시쳇말로 별 볼 일 없는 구단직원이었다.
김용휘 사장이 염 대리를 대동한 것은 의외였다. 김 사장은 염 대리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앞으로 잘 지켜봐 달라”고 했다. “머리가 비상하고, 집념이 대단한 친구”라고 덧붙였다.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광주일고를 졸업했지만 고향 팀에 선택받지 못했다. 내세우기 부끄러운 프로 기록이 그의 이력이다.
염경엽 감독은 그 뒤로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일’을 했다. 그의 간절함과 열정에 감복했다. 아무 것도 보장되지 않는 미래를 위해 그는 자기 자신을 던졌다. 염경엽 감독은 “왜”라는 질문에 “유니폼을 입고 싶어서”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내세울 것 없는 인간 염경엽을 독하게 만든 것은 개인적인 성취욕구였다. 선수시절 자신보다 잘 난 사람들을 이기겠다는 의지, 그래서 남들에게 인정받고 말겠다는 욕구. 이런 세속적 욕망이 지금의 염경엽 감독을 만들었다. 덕분에 넥센 히어로즈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 프로야구는 소중한 자산을 얻었다.
염경엽 감독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때 김응용 감독은 한국 최고의 지도자로 천하를 호령하고 있었고, 선동열 감독은 그 밑에서 ‘국보투수’로 군림하고 있었다. 지금 세 명의 처지는 흐른 세월만큼이나 많이 다르다. 여기서 또 김응용 선동열 감독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들의 능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일까. 김응용의 한화, 선동열의 KIA가 부진한 것이 일시적인 현상이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으니 더 답답하다. 갈수록 실망감은 커지고, 그 동안 쌓아 놓은 명성에 흠집이 생길까 걱정이다.
염경엽에게는 있고, 김응용 선동열에게는 없는 것을 찾아봤다. ‘간절함’과 ‘노력’이라고 조심스럽게 정의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