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전문기자] ‘파울 볼은 잡는 것이 아니라 줍는 것이다’.
야구장 단골 관람객이라면 한번쯤 들어본 말. 날아오는 파울 볼은 일단 피하라는 권고다. 공은 보기보다 빠르고 위험하다. 무리하게 파울 볼을 잡기 위해 우르르 몰리거나, 경기 대신 스마트폰 혹은 먹거리에 집중하고 있다가 파울 볼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순간은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 객석의 단차나 의자 등 시설 문제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와 달리 파울 볼 사고는 구단과 구장의 책임이 제한적이다. 파울 볼의 위험에 대해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는 관람문화가 필요하다. 사진은 지난 5월5일 잠실구장을 가득 채운 매진 관중. 여성 팬과 어린이 팬들이 늘어날수록 각 구단은 안전한 야구 관람을 위한 안내와 홍보에 노력해야 한다. 사진(잠실)=한 |
한때 잠실구장 1,3루쪽 내야 그물망 높이가 8m에 이른 적도 있지만, 지금 각 구장의 내야, 익사이팅존의 그물망 키는 대부분 2~3m를 넘지 않는다.
그물망이 걷힐수록 시원해지는 가시성의 대가로 지불하는 것은 파울 볼에 대한 객석의 안전성. 이제 야구장, 특히 내야석에서 더 가까이 선수들의 플레이를 호흡할 수 있게 된 팬들은 파울 볼의 위험성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하고, 경기 중 타구에 더 많이 집중해야 한다.
“모두 내야 그물망을 갖추고 있는 국내구장에선 강한 타구에 직접 맞는 사고는 드문 편”이라는 한 구장관리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달려들다가 서로 부딪히는 경우, 혹은 주변 사람들이 피하는 파울 볼을 쳐다보지 않고 있다가 의자나 땅에 맞고 바운드된 공에 다치는 경우가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캐치볼 경험이 없는 여성 팬들이나 어린이들, 과한 음주로 순발력이 떨어진 관객들이 파울 볼을 겨루는 것도 위험천만이다.
최악의 경우, 공에 맞더라도 머리와 얼굴 만큼은 기어코 맞지 말아야 한다. 내 몸이 먼저 아는 스스로 보호법, 머리와 얼굴을 감싸고 공의 반대 방향으로 숨는 가장 본능적인 자세는 최악을 막아줄 수 있다.
모처럼의 야구장 나들이에서 굳이 파울 볼 획득에 도전하고 싶은 팬이라면, 캐치볼 실력과 함께 꼭 글러브를 준비해야 한다. 타구가 객석을 향해 날아갈 때마다 파울 볼 경고문을 수시로 전광판에 띄우는 국내구장들은 내야 관중들에게 글러브를 대여해주는 곳도 많다.
↑ 내야 그물망이 없는 메이저리그에선 객석으로 날아드는 파울 타구만큼이나 그라운드로 고꾸라지는 과열 팬들이 큰 사고를 부르기도 한다. 지난달 17일 클리블랜드-LA 에인절스 경기서 LAA 3루수 프리즈가 파울볼을 잡기위해 3루 관중석 펜스 앞까지 뛰어갔다가 공 대신 추락 위험의 인디언스 팬을 구하고 있다. [사진(미국 클리블랜드)=AFPBBNews=News1] |
메이저리그는 내야 그물망 자체가 없는 구장이 대부분이라 라이너성 파울 볼의 직격 위험에 보태 부러진 방망이까지 관중석으로 날아들기 때문. 더 위험한 것은 반대 방향으로 날아드는 존재다.
펜스 근처로 낙하하는 타구를 흡사 야수의 마음으로 쫓다가 그라운드로 고꾸라지는 관중이 가슴 철렁한 순간을 만든다. 이런 아찔한 장면은 실제로 커다란 불행으로 이어진 적도 있다.
파울 볼에 의한 팬 부상이 매 시즌 두 자릿수 이상 보고되는 빅리그에서 사망 사고나 실명, 안면부상, 실족에 의한 골절 등의 큰 사고는 주로 직선 파울
날아오는 공의 위험성에 대한 뚜렷한 인식과 집중력 있는 경기 관람, 안전 수칙의 준수로 파울 볼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일. 야구장 스탠드에서 꼭 챙겨야 할 미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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