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프로야구 LG와 넥센의 경기가 벌어진 1일 잠실구장. 9회초 넥센의 공격이 시작될 때 스코어는 4-3으로 LG가 앞서 있었다. 8회까지 선발 우규민이 던진 상황에서 마운드에는 왼손 투수가 올라갔다. 당연한 수순 같았다. LG의 마무리 투수 봉중근이 좌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웬걸. 봉중근이 아니라 신재웅이었다. 그것도 이해는 갔다. 최근 신재웅이 불펜의 에이스로 떠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재웅이 나오자 넥센은 선두타자인 좌타자 문우람을 빼고 이택근을 대타로 내세웠다. 이택근은 무릎 통증으로 이 경기 스타팅으로 나오지 못했다.신재웅은 이택근을 상대로 갑자기 제구가 흔들리더니 결국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루상에 내보내고 말았다. LG가 위기를 맞은 것이었다.
↑ 삼성은 라이온즈는 3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경기서 9회말 2사 만루 삼성 채태인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9-8로 승리했다. 패배한 LG 마무리 봉중근이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대구)=옥영화 기자 |
여기서 변수가 발생했다. 정찬헌이 던진 초구때 1루주자 유재신이 2루로 뛰었다. 빠른 발의 유재신이었지만 포수 최경철의 송구가 더 빨랐다. 심판 판정도 아웃. 넥센 벤치가 곧바로 합의판정을 요청했지만 중계화면을 통한 리플레이를 봤을 때도 LG 2루수 황목치승의 태그가 더 빨랐다. 결국 루상의 주자가 없어지고, 정찬헌은 한결 가벼워진 어깨로 유한준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고, 박병호까지 유격수 땅볼로 유도하며 경기를 마무리�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은 끝까지 봉중근을 마운드에 올리지 않았다. 경기 후 양 감독은 “사실 (봉)중근이가 몸을 풀고 있었다. 하지만 선두타자가 좌타자 문우람이라 일단 신재웅부터 올렸다. 이택근이 무릎 때문에 출전하지 못한다고 들었고, 경기 전에도 몸을 풀지 않아 전혀 나오지 못하리라 예상했는데 빗나갔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어 양 감독은 “정찬헌이 넥센전에 좋았다. 신재웅이 대타 이택근을 상대하고 나면 찬헌이를 올리려고 했다”며 애초에 봉중근이 올릴 계획이 없었음을 시인했다. 정찬헌은 이 경기 전까지 넥센전에 5경기 나가 4⅓이닝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 중이었다.
그러나 봉중근도 몸을 푼 마당에 마냥 팀의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켜보기 힘들었나보다. 유한준이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고 2아웃이 되자 박병호를 상대하겠다고 했단다. 양상문 감독은 고민이 될 법도 했지만 정찬헌을 그대로 밀고 갔다. 뭔가 상황이 지난 30일 대구 삼성전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봉중근은 당시 8-7이던 9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 등판해 끝내기 역전패를 허용하고 말았다. 마무리 투수로서 충격파가 상당했을 터. 양 감독은 다음날인 31일 경기 전 훈련을 마친 봉중근을 서울로 먼저 올려보내 휴식을 취하게 했다. 일종의 관리차원이었다.
양상문 감독은 “같은 상황에 내보내면 선수에게 부
그렇다고 봉중근에 대한 믿음이 무더운 여름날씨 눈녹듯 사라진 건 아니다. 양 감독은 “내일(2일) 경기에서 1점 차 승부가 나오면 당연히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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