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마의 영역’ 타율 4할을 넘볼 주인공은 따로 있었던 걸까.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김주찬이 타율 3할8푼9리를 기록하며 부문 1위로 올라섰다. 시즌 초부터 단 1번도 미끄러지지 않고 난공불락의 선두를 지켰던 이재원(0.384, SK)을 2위로 밀어낸 결과다.
꾸준히 4할에 근접한 타율을 유지했던 이재원과 비교하면 후발 주자다. 하지만 현재 기세와 현실적인 가능성만 놓고 보면 오히려 김주찬 쪽이 4할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김주찬은 프로야구 원년 백인천 이후 첫 4할의 고지를 밟을 수 있을까.
↑ 김주찬은 4할을 달성할 수 있을까. 사진=MK스포츠 DB |
▲ 독보적인 몰아치기, 아무도 말릴 수 없다
김주찬은 29일 창원 NC전서 62경기만에 100안타를 돌파하며 최소경기 100안타 기록을 새롭게 썼다. 이날만 4안타를 때려낸 김주찬은 현재 103안타로 부문 공동 9위에 올라있다. 누적 순위 자체는 높지 않다.
그렇지만 안타 적립 속도만큼은 독보적이다. 부상으로 26경기 정도를 결장한 가운데 기록한 성적으로 현재 최다안타 20걸내의 타자들이 대부분 80경기 이상 출장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준.
경기 당 평균 1.66개를 때려내고 있다. 단연 부문 1위의 기록. 멀티히트 횟수 역시 34회에 달한다. 출전한 경기 중 절반이 넘게 멀티히트를 기록한 셈이다. 특히 한 번 터지기 시작하면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3안타 이상을 때려낸 경기가 무려 16번에 달한다. 그 중 4안타 경기가 2번, 5안타 경기도 1번 포함돼 있다.
특히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던 4월까지 15경기서 17안타를 쳐내며 타율 2할5푼8리에 그쳤으나 이후 가파르게 타율이 솟구쳤다. 특히 5월 7경기서 타율 3할7푼5리를 기록하며 페이스를 끌어올리다 다시 부상을 당해 2군으로 내려가며 흐름이 끊기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6월 타율 4할6푼7리, 7월 4할1푼6리의 고공행진이다. 특히 부상에서 돌아온 5월31일 이후 페이스가 엄청나다. 이후 41경기서 무려 74안타를 쳐내며 타율 4할3푼3리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안타 숫자만 놓고 보면 57개를 기록한 서건창(넥센)과 손아섭(롯데) 보다 훨씬 더 많은 안타를 기록 중이다.
특히 같은 기간 이재원이 38경기서 타율 3할2푼4리를 기록하며 47안타를 쌓는 동안 맹타를 휘둘러 격차를 확연하게 좁힌데 이어 결국 1위로 올라섰다.
특히 김주찬의 몰아치기는 비단 올해의 국한된 상황은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에도 김주찬은 무서울 정도의 폭발력을 여러 번 보여준 바 있다. KIA로 이적하고 난 이후도 마찬가지다.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결장했지만, 건강한 상태로 경기에 나섰을 때 만큼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 사진=MK스포츠 DB |
▲ 많은 결장-적은 잔여 경기 수는 오히려 호재?
KIA는 29일까지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88경기를 치러 40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 상황은 4할 타율의 기록 달성만 놓고 보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현재 김주찬의 타율이 4할에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충분히 뜨거운 김주찬이기에 시즌 종료 전까지 4할을 넘길 가능성은 분명 있다.
이후 4할의 고지를 지키는 것은 경기수가 적은 것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반대의 가정도 가능하지만 수성이 여러모로 4할을 다시 밟는 것보다 수월하다.
거기에 김주찬은 많은 경기를 결장한 것도 부진할 경우 타율이 쉽게 떨어질 위험이 있지만, 반대로 타수가 적어 타율 관리를 하는 것이 더 용이할 수 있다. 고타율을 기록 중인 많은 타자들이 사사구를 얻어 타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타율을 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여기서 숫자놀음을 시작해보면 김주찬의 타율 4할은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로 바뀐다. 김주찬이 잔여 40경기서 올 시즌 경기 당 평균(1.66개)만큼의 안타를 친다고 가정하면 66안타를 더 추가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최종 안타수는 169안타가 된다. 거기에 1경기 당 4타수씩을 소화한다고 계산, 160타수(40*4)를 현재 타수(265)에 더한 수치는 425타수가 나온다. 이럴 경우 최종 타율은 3할9푼8리(425타수 169안타)가 된다.
이 결과는 단순히 김주찬이 1경기서 평균 4타수를 기록하고 1.66개 정도의 페이스를 기록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경우다. 사사구를 얻거나 희생타를 쳐 타수가 더 줄어드는 것, 혹은 더 많은 안타를 치는 것을 계산에 넣지 않은 경우다. 김주찬이 1경기 당 1개 이상의 사사구나 희생타를 기록한다면 경기 당 타수는 더 줄어들 수 있다. 이것은 타율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역의 경우도 가정할 수 있다. 올 시즌 김주찬은 경기 당 평균 4.27타수를 기록했다. 볼넷을 많이 얻는 유형의 타자가 아니기 때문. 이점은 김주찬의 4할 도전에 있어서는 약점이다.
이런 예상들은 물론 단순 숫자놀음이다. 이것이 김주찬의 남은 시즌 활약을 보증하거나 예측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김주찬의 4할이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해주는 숫자들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멀티히트를 수차례 기록해야 보이는 마의 영역. 현재 4할에도 도달하지 못한 김주찬이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길이지만 현재의 김주찬이라면 충분히 기대를 걸어봐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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