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이상철 기자] 29일 방한한 손흥민(22·레버쿠젠)의 열애설 못지않게 뜨거웠던 건 2014 인천아시안게임 출전 여부였다.
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 마감 시한이 오는 8월 15일이다. 광복절인 탓에 이광종 감독은 하루 빠른 8월 14일 20명의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건 손흥민의 합류다. 손흥민은 23세 이하의 연령 제한에 걸리지 않는다. 3장 밖에 쓸 수 없는 와일드카드를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손흥민은 K리그 소속이 아니다. 유럽파다. 레버쿠젠의 허락 없이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수 없다. 아시안게임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승인한 대회가 아니라, 강제 차출 조항이 없다. ‘칼’을 쥐고 있는 건 레버쿠젠이다.
↑ 이광종 감독은 손흥민을 원하고, 손흥민도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뛰길 희망한다. 그러나 레버쿠젠의 승낙 없이는 불가능하다. 사진(상암)=김재현 기자 |
손흥민도 뛰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리버풀 등 빅클럽과 루머가 돌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서 더 큰 꿈을 꾸고 싶은 손흥민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미필’ 신분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고, 가장 좋은 방법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그렇게 되면 몸값 상승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손흥민은 “그라운드 위에서 100% 기량을 쏟겠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인만큼 당연히 목표는 우승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레버쿠젠이 아시안게임 출전을 허락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다.
레버쿠젠은 지난해 여름 손흥민과 계약하면서 아시안게임 차출 조항을 넣지 않았다. 레버쿠젠의 허락 없이는 이광종호에 승선할 수 없다.
아시안게임은 9월 19일부터 개막하지만, 축구는 다른 종목보다 일찍 시작한다. 닷새 빨리 첫 경기가 열린다. 여기에 대한축구협회 규정상 2주 전 소집한다.
오는 8월 23일 2014-15시즌이 개막하는 가운데 ‘주축 선수’ 손흥민을 1달 가까이 내주기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레버쿠젠이다. 레버쿠젠은 유럽 클럽 대항전에도 참가한다. 타이트한 일정이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대한축구협회와 교토의 협의 아래, 박지성은 8강부터 출전했다. 차출 기간과 출전 경기수를 최대한 줄이는 방안도 있다.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수 있으나 레버쿠젠의 승낙이 있어야 가능하다.
레버쿠젠은 손흥민의 아시안게임 차출과 관련한 질문에 매우 예민한 반응을 나타냈다. 레버쿠젠의 디르크 메쉬 미디어오피셔가 질문을 자르기도 했다. 로저 슈미트 감독은 잘 모르는 사안이라는 듯한
메쉬 미디어오피셔는 “손흥민의 아시안게임 차출과 관련해, 레버쿠젠은 어떤 결정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뭐라 말할 게 없다”라고 전했다. 레버쿠젠 입장에선 서두를 게 없고, 계산기를 두들기며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면 된다. 그럴수록 속이 타들어가는 이광종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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