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한국의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3차전 상대는 벨기에였다. 전반을 0-0으로 마치며 선전했으나 후반 32분 상대 수비수 얀 베르통헨(27·토트넘 홋스퍼)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졌다.
한국은 전반 44분 벨기에 미드필더 스티븐 데푸르(26·FC 포르투)가 퇴장당해 수적인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4-2-3-1 대형의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데푸르가 빠졌음에도 수비형 미드필더 무사 뎀벨레(27·토트넘 홋스퍼)와 공격형 미드필더 마루앙 펠라이니(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구성된 벨기에의 중원은 한국이 넘기엔 벅찼다.
↑ 마루앙 펠라이니(27·왼쪽)는 한국과의 브라질월드컵 H조 3차전에서는 인상적이었으나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입지는 그리 좋지 못하다. 사진(브라질 무지다스크 루제스)=AFPBBNews = News1 |
이처럼 한국을 상대로 왜 맨유라는 명문팀에 속해있는지를 보여준 펠라이니지만 정작 소속팀 입지는 그리 좋지 못하다. 2013-14시즌 25경기 1골 4도움을 기록하면서 경기당 69분 소화에 그쳤다. 게다가 에버턴 FC 시절 은사 데이비드 모예스(51·스코틀랜드)가 물러나고 루이스 반 할(63·네덜란드)이 감독으로 부임하자 더 위축되는 분위기다.
통계회사 ‘옵타 스포츠’의 제휴사인 ‘스쿼카 풋볼’은 18일 ‘반 할의 맨유 혁명에 펠라이니의 자리는 없다’는 제목으로 ‘신생 맨유’에서 펠라이니의 가치가 왜 떨어지는지를 분석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서는 너무 게으르고 위협적인 상황을 인지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해당 역할에 대한 수행능력이 어설프다는 지적을 받았다. 월드컵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16강~8강에서도 인상적이지 못했다. 역시 ‘옵타 스포츠’의 제휴사인 ‘후스코어드닷컴’의 2경기 전산평점에서도 펠라이니는 각각 6.8점과 6.3점으로 저조했다.
‘박스 투 박스’란 자기 진영의 페널티박스에서 상대 페널티박스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오가면서 공격과 수비에 폭넓게 관여하는 중앙 미드필더를 말한다. ‘스쿼카 풋볼’은 “박스 투 박스로 쓰기에는 기동력이 충분하지 않고 미드필더 2명을 놓는 전술에서 결함이 너무 많다”고 혹평했다. 수비형·중앙·공격형 미드필더가 모두 가능한 펠라이니는 ‘박스 투 박스’로 최적임자로 생각하기 쉬우나 194cm의 거구에서 오는 기동성 한계가 발목을 잡는 것이다.
‘미드필더 2명을 놓는 전술’이란 4-2-3-1 대형을 의미한다. 한국전에서 펠라이니는 2가 아닌 3의 중앙, 즉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물론 데푸르의 퇴장 이후에는 어쩔 수 없이 4-4-1의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으나 ‘스쿼카 풋볼’의 지적처럼 펠라이니는 2명의 수비형/중앙 미드필더 중 하나이기보다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더 편한 모습을 보여준다.
2012-13시즌 에버턴에서 리그 전체의 주목을 받은 펠라이니가 주로 소화한 역할도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다. 당시 펠라이니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중앙 미드필더와 처진 공격수 위치까지 오가면서 체격 우위를 활용한 공 점유 유지와 끊임없는 몸싸움을 수비에 강요하며 상대에 큰 부담을 줬다.
“축구 지능과 패스, 기술 모두 최고 수준의 플레이메이커로 보기 어렵다”는 ‘스쿼카 풋볼’의 지적은 ‘신체능력’ 활용이 가장 큰 무기인 펠라이니에게는 당연하면서도 장점을 외면한 억울할 수도 있는 평가다. 그러나 맨유 같은 명문강호일수록 정교함에 대한 요구치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스쿼카 풋볼’은 마지막으로 “반 할은 뛰어난 선수가 더 필요하다. 그는 지독한 ‘시스템’ 신봉자”라는 이유를 들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우승후보와는 거리가 멀었던 네덜란드대표팀을
감독의 맞춤전술이 아무리 신묘해도 이를 실현하는 것은 선수다. 앞서 ‘축구 지능’의 부족함을 지적한 ‘스쿼카 풋볼’은 펠라이니가 과연 반 할의 유능한 장기 말이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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