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지난 15일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끝난 잠실구장. 관중은 떠나고 적막이 흘렀다. 이때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인 줄무늬 유니폼. 거친 숨소리와 함께 바람을 가르는 스윙 소리가 이따금 적막을 깼다. 또렷한 등번호 37. LG의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38)이었다.
임재철은 배팅 연습을 위해 스윙을 하더니 이내 전력질주로 외야를 가로질렀다. 그렇게 수차례. 어느새 땀이 뚝뚝 떨어졌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샤워를 마치고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그 순간 아직 끝나지 않은 임재철의 경기는 또 다른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 지난 15일 잠실구장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에서 개인훈련을 하고 있는 LG 외야수 임재철. 사진=서민교 기자 |
임재철이 아무도 없는 그라운드에 다시 나선 것은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해서다. 이날 임재철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만큼 운동량이 적었기 때문에 스스로 나머지 훈련을 자청한 것이다.
임재철은 “오늘 뛰지 못했다. 수비라도 나갔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못했던 경기들이 생각났다. 두산전 아쉬움이 생각나더라”고 덧붙였다.
임재철은 평소에도 경기에 나가지 못하면 자체 개인훈련을 갖는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거나 이날처럼 그라운드에서 훈련을 소화한다. 현역 선수 중 유일하게 각기 다른 5개의 유니폼을 입어본 임재철이 살아남는 법이다.
조금은 쉬엄쉬엄해도 될 나이. 그러나 임재철의 운동시계는 그런 여유와 나태를 거부했다. 임재철은 “나이를 먹으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운동을 더 해야 한다”며 “아직도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지만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LG의 외야 경쟁은 치열하다. 임재철이 자리를 꿰차기 쉽지 않다. 최근에는 외국인 타자 브래드 스나이더의 영입으로 외야 입지는 더 좁아졌다. 그러나 임재철은 그 좁은 빈틈의 기회를 잡기 위해 자신을 채찍하며 뛰고 있었다.
임재철은 “스나이더가 들어오면서 더 어려워진 것은 맞다. 그래도 기회는 올 것”이라며 눈을 반짝인 뒤 “올
양상문 LG 감독도 임재철이 묵묵히 개인훈련을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양 감독은 임재철을 쓱 쳐다보며 “다들 저래야 하는데…. 저런 모습이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것”이라고 흡족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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