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초기에 못잡으면 안된다고 봅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외국인선수 길들이기’에 대해 갖고 있는 지론이다.
“우리의 규칙을 확실하게 알려주고 서로 존중할 합의가 됐을 때, 비로소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는 카드가 되니까요.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먼저 얘기합니다. 팀메이트가 되기 이전에는 함께 뛸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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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리그 100홈런의 SK 루크 스캇은 잦은 부상과 부진으로 실망감을 안겨준데 이어 경기장에서 감독에게 막말을 해 눈총을 받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래서 용병에 관한한 초기 적응력에 대한 나쁜 평가가 나중에 개선되기 힘들다는 게 현장 여러 지도자들의 생각이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도 팀에 적응을 못하면 ‘쪽박’으로 추락하는 “불확실성 때문에 외국인선수 선발 문제가 어렵다”는 NC 김경문 감독 역시 “팀에 융화될 수 있느냐는 초반에 드러나게 된다”고 말한다.
외국인선수는 꼭 심각한 인성의 문제가 없더라도 한국프로야구의 정서, 팀 분위기에 대한 수용성이 부족하면 제 기량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이 그림은 서로 곤혹스러운 상황인데, 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외국인선수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선수는 자기반성보다 국내 환경과 팀의 탓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
리그를 뒤흔들 빅리그의 강타자로 시끌시끌하게 시즌을 출발했던 SK 루크 스캇이 잦은 부상과 부진으로 실망스런 모습만 보이더니 경기장에서 이만수 감독에게 막말을 하는 장면까지 들켰다. 계속되는 배반에도 그에게 최선의 ‘대접’을 해온 구단과 이만수 감독의 스캇 특별대우가 끝내 보답 받지 못한 채 공개적으로 뒤통수를 맞은 모습.
스캇은 2군에 머무르는 동안에도 자율적인 재활을 주장하며 팀 스케줄과 별도로 움직여 타이트하게 팀을 운영하는 박경완 SK 퓨처스 감독을 당황시키곤 했다. 박 감독은 “본인에 대해선 잘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팀은 전혀 모르는 것 같다”며 스캇의 노력 부족을 섭섭해했다.
손 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현실적으로 한국야구에 올 수 있는 용병의 수준에서 쉽게 제압할 수 있는 리그가 이미 아니다”라고 한국프로야구의 달라진 레벨을 설명한다. 그런데도 한국야구를 지나치게 만만하게 본채 넘어오는 ‘인식 부족’의 외국인선수들이 멘탈적인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 결국 한국야구를 보는 시각과 실제 이 곳에서 본인들이 가능한 위치가 거리감이 있는 경우가 괴롭다. 이럴 때 한국야구의 수준을 다시 보는 대신,
여러 팀들이 외국인선수의 경우, 1군 출전경기수 등 꼼꼼한 안전장치를 넣어가며 계약하기 힘든 현실적인 제약을 호소한다.
팀플레이어로서 초기 관리에 실패한 용병은 나중을 희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chicleo@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