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유행은 변한다. 축구도 그렇다. 절대적인 것도 영원한 것도 없다. 흐름에 따라 바뀌고 또 바뀐다. 물이 고이면 썩듯 변화 없이는 맑을 수가 없다.
축구에 미친 나라 브라질에서 64년 만에 개최한 20번째 월드컵은 세계축구의 흐름을 단번에 바꿨다. 스페인으로 대표되는 점유율 축구는 4년 전 대유행이었다. 스페인은 ‘티키타카’를 앞세워 사상 첫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4년 후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몰락이었다.
트렌드는 바뀌었다. 더 이상 점유율이 경기 승패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볼 점유율이 높다고 1골을 주는 어드밴티지는 없다. 결과적으로 골을 넣어야 하는 스포츠라는 걸 다시 강조한 2014 브라질월드컵이다.
↑ 변화무쌍한 전술을 가동한 네덜란드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3위에 올랐다. 사진(브라질 브리질리아)=ⓒAFPBBNews = News1 |
네덜란드와 코스타리카가 3위와 8강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둔 건 결코 운이 아니었다. 다른 나라도 효율적인 역습으로 많은 골을 터뜨렸다. 브라질월드컵에서 화끈한 골 잔치가 펼쳐진 건 이와 연관이 짙었다.
전술적 트렌드도 바뀌었다. 스페인이 지난 6년간 세계무대를 주름잡으며 즐겨썼던 게 4-2-3-1 포메이션이었다. 중원을 단단히 하면서 유기적인 패스로 상대를 몰아붙였다. 이는 한국의 주 전형이기도 했다. 그러나 4-2-3-1 포메이션은 더 이상 필승카드가 아니었다.
스리백(3-Back) 복귀 바람이 불었다. 때에 따라 스리백과 파이브백(5-Back)을 혼용한 칠레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한, 플랜B와 플랜C의 중요성도 각인됐다. 경기 도중 전형을 뒤바꾸는 네덜란드와 칠레, 콜롬비아는 상대를 괴롭히며 인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했다.
원 팀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조직적으로 잘 다듬어진 팀은 예외 없이 좋은 성적을 올렸다. 독일과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에서 불안했지만 토너먼트 들어 끈끈한 조직력으로 원 팀으로 탈바꿈했다. 빈틈이 없었다. 돌풍의 코스타리카를 비롯해 콜롬비아, 칠레, 알제리도 최고의 조직력을 자랑했다. 뒤집어 원 팀이 되지 못한 한국, 카메룬, 포르투갈, 러시아 등은 실망감만 드러냈다.
↑ 스페인이 이렇게 처참하게 몰락할 줄 누가 알았을까. 점유율 축구의 퇴장은 아니지만 더 이상 절대 강세가 될 수 없게 됐다. 사진(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AFPBBNews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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