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이기적인 2명의 외국인 선수들 때문에 한숨을 짓고 있다. 바로 계륵이 돼버린 루크 스캇(36)과 로스 울프(31)의 이야기다.
‘개인’은 지우고 ‘팀’만 강조하는 사고는 시대착오적이다. 동시에 외국인 선수를 용병으로 바라보는 대신 팀의 일원으로 구분 없이 대하려는 자세가 널리 확산된 요즘이다. 국내 선수들과 융화돼 ‘원 팀’으로서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외인들도 점차 늘고 있다.
외인선수들의 임팩트가 시즌 초에 비해서 줄었다고는 하지만, 팀 내 비중은 여전히 높다. 그럼에도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면서 한국 야구를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게 하는 ‘그들’이 있다.
![]() |
↑ 프로야구 SK와이번스가 외인들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화려한 경력의 전 메이저리거로 큰 기대를 모으면 한국 무대에 합류한 스캇은 SK가 치른 81경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3경기 출장에 그치고 있다. 성적도 타율 2할6푼7리 6홈런 17타점으로 초라하다. 최고 외인타자로 기대를 모았지만 현재는 단연 최악의 외인타자다.
울프 역시 마찬가지다. 부상으로 약 3주간 결장하기도 했던 울프는 올 시즌 14경기서 1승2패 평균자책점 5.54에 그치고 있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는 단 3회. 선발로 제 몫을 못했다. 5경기 이상 등판한 외인 투수 중 울프보다 평균자책점이 높은 투수는 이제 몇 명 되지 않는다. 거기에 최근 선발 11경기 연속 무승. 울프의 마지막 승리이자 한국 무대에서 거둔 유일한 1승(6이닝 2실점)은 지난 4월 5일 한화전서 나왔다. 승리를 맛본지가 약 3달이 지났다.
단순히 이들의 부진만이 문제가 아니다. 팀의 어려운 사정보다는 개인의 사정이 최우선시 되는 듯한 이들이다.
▲ 기대는 실망으로...스캇, 부상인가? 태업인가?
스캇은 올 시즌 내내 부상을 달고 있다. 온 몸이 종합병동 수준이다. 지난 4월 중순 왼 엉덩이 통증에 더해 왼 손목 부상으로 5월3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열흘 뒤인 5월13일 복귀했지만 다시 5월27일 옆구리와 허리 통증을 호소해 또 다시 전력에서 제외됐다. 이후 한 달 넘게 1군에 복귀하지 못했다.
지난 1일 복귀한 이후에도 몇 경기를 치르지도 못했다. 며칠 후 컨디션 저하로 2군행을 지시받았는데 2군 경기서 다시 발바닥 통증을 호소해, 1군 복귀 시기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이만수 SK와이번스 감독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했다. 이 감독은 스캇의 회복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주고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스캇은 완벽한 몸 상태가 되기 전까지 1군 복귀를 늦추며 이 감독의 애간장을 태웠다. 복귀 이후에도 몸 상태가 전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등, 전혀 전 메이저리거 답지 않은 모습이다.
“전날에 비해서 1% 더 회복된 것 같다”는 부상 도중 스캇이 남긴 명언(?) 중 하나. 하루하루가 절박한 SK에 비해서 스스로의 몸을 매일 1% 정도 끌어올리고 있었던 스캇의 입장 차이는 매우 컸다.
태업성 재활이 아니더라도 현재 성적과 출장 경기수만 놓고 봐도 교체를 검토해 볼만 하다. 하지만 현재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SK가 스캇의 교체를 단행하지 못하고 마냥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다른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최정과 스캇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SK는 전반기 이 둘의 동반 부상으로 타선의 무게감이 현저히 떨어졌다. 이재원 홀로 고군분투하던 상황에서 최근 최정이 복귀해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가운데 스캇의 복귀 시점은 ‘몸 상태가 완벽해진 이후’로 잡혔다.
문제는 그간 스캇의 회복일지를 떠올리면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전혀 점칠 수 없다는 점이다.
▲ 선발 한계점 울프, 마무리 제안 거절-수용 번복 해프닝
울프의 경우도 기여도가 적은 것은 매 한가지다.
SK는 올 시즌 한화 이글스와 함께 가장 외국인 투수의 덕을 보지 못하고 있는 팀이다. 외인투수가 올린 승수는 단 3승. 그 중 1승도 최근 팀에 합류한 대체 외인 트래비스 벤와트가 데뷔전서 거둔 승리다. 울프와 이미 퇴출된 레이예스는 각 1승씩을 올려 도합 2승을 SK에 안겼다. 김광현이 혼자서 9승, 채병용이 6승, 구원투수 박정배가 6승으로 분전하고 있는데 비교해보면 턱없이 부족한 기여도다.
다른 외인들과 견줘도 그 차이가 상당하다. 외인 투수들의 승수의 합이 단 3승에 그치고 있는 팀은 SK밖에 없다. 이미 외인을 교체한 한화도 앤드류 앨버스(29)와 퇴출된 케일럽 클레이(26)가 도합 6승을 거뒀다. 심지어 외인 선발 투수가 1명인 KIA도 데니스 홀튼(35)이 5승, 마무리 하이로 어센시오(30)가 2승을 올렸다.
울프는 현재 약 3달 이상 승리하지 못하고 있는 선발투수다. 첫 선발승을 거둔 이후 12경기(선발 11경기) 동안 평균자책점 6.03으로 부진하면서 2패만을 당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5월만 하더라도 호투에도 불구하고 타선 지원이 부족했던 경기도 있었다. 하지만 5월 28일 넥센전 이후부터는 단 1경기도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지 못했다. 이후 평균자책점은 7.86으로 이미 퇴출된 레이예스의 같은 기간 성적(8.35)과 비교해도 특별히 다를 것이 없다. 거기에 울프는 몇 차례 감정 조절에 실패해 분위기를 해치는 행동을 하며 멘탈에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울프가 기술적인 부분에서 SK 코칭스태프의 조언을 수용하고 있는지도 의문점이 많다. 입단 초기부터 단조로운 볼배합이 문제가 됐던 울프는 이후 조금씩 나아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시 단조로운 패턴을 반복하며 난타를 당하고 있다.
설상가상. 팀 마운드 사정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마무리 투수 박희수의 부상정도가 생각보다 심해 당장 뒷문에 큰 공백이 생겼다. SK는 올 시즌 24번의 역전패를 당했다. 최다 1위인 LG, 한화에 비해서 단 1경기가 적을 뿐이다.
이 때문에 SK는 내심 마이너리그서 구원경험이 매우 풍부한 울프를 후반기 마무리 투수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조심스럽게 그에게 제안을 했다.
제안을 받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울프는 다음날 에이전트와 상의 후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마운드 구상이 완전히 틀어진 SK코칭스태프가 충격에 빠진 것은 당연했다.
울프를 더 이상 선발로 쓰는 것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몇 달간 평균자책점이 6점대인 외국인 투수를 믿고 후반기에도 선발로 활용할 수 있을까. 냉정히 말해 마무리 전환은 SK 코칭스태프가 고심한 울프 활용법의 마지막 단계다. SK는 12일 울프를 2군으로 내려 보내 생각할 시간을 줬고, 그는 13일 입장을 번복해 마무리 전환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울프가 최근 며칠 동안 일으킨 이 해프닝은 올 시즌 SK가 처한 외인고난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on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