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축구팬은 김승규(울산)를 가리켜 ‘갓승규’라고 불렀다. 하지만 포항전 ‘갓승규’ 모드는 74분까지였다. 안방에서의 ‘리벤지’는 없었다.
김승규는 울산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울산은 12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 포항전에 0-2로 졌다. 후반기 들어 3경기 연속 실점(6실점)이다. 15경기에서 14실점으로 어느새 경기당 평균 1실점에 이르렀다.
김승규는 지난 9일 체면을 구겼다. 시즌 최다인 3실점을 했고 팀은 2년 2개월 만에 수원에게 패했다. 김승규의 잘못은 아니었으나 세 번째 실점 장면은 아쉬움을 남겼다.
↑ 김승규는 2014 브라질월드컵을 다녀온 뒤 출전한 K리그 클래식 3경기에서 6실점을 기록했다. 무실점은 한 번도 없었다. 사진=옥영화 기자 |
김승규는 포항전을 앞두고 “지난해 포항과 (네 차례 겨뤄)마지막 경기만 졌다. 진정한 울산을 보여주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승규는 약속을 지켰다. 철벽이었다. 포항의 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김치곤의 백패스가 짧아 위기를 맞았으나 김승규는 빠른 상황 판단으로 뛰쳐나가 이를 걷어냈다. 대처가 조금만 늦었어도 어이없게 실점을 허용할 뻔했다.
김승규의 선방쇼는 전반 막바지에 펼쳐졌다. 전반 46분 페널티 에어리어 밖 왼쪽에서 프리킥을 내줬는데 김원일이 예리한 슈팅을 날렸다. 골문 왼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볼을 김승규가 몸을 날려 가까스로 쳐냈다. 박선주가 2차 슈팅으로 연결한 걸 재빠르게 일어나 왼발로 막아냈다. 순식간에 벌어진 연속 선방으로 판타스틱 세이브였다.
하지만 김승규의 거미손은 69분까지였다. 울산은 후반기 들어 중원 싸움에서 밀리고 수비에 허점이 드러났는데 이날도 다르지 않았다. 이명주(알 아인)가 떠났고 고무열, 조찬호 등이 부상으로 빠졌다고 하나 선두 포항은 강했다. 김승규가 90분 내내 버티기엔 무리였다.
후반 30분 포항의 세트피스 플레이에 의해 울산 수비가 뚫렸다. 3분 뒤에는 측면 수비가 무너지면서 또
전반만 해도 김승규의 무대였다. 그의 선방에 울산은 힘을 내는가 싶었다. 후반 20분 이후 포항을 압박했고 기회도 찾아왔다. 하지만 찬스를 무산시킨 뒤 울산 수비는 또 붕괴됐다. 김승규로선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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