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위르겐 클린스만이 되지 못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날, 둘은 모두 패했지만 운명은 엇갈렸다. 클린스만이 이끄는 미국은 독일에 0-1로 졌지만, 최종 전적 1승 1무 1패(골득실 0)로 조 2위를 차지, 16강행을 확정했다. 반면, 홍명보가 이끈 한국은 벨기에에 0-1로 지고 최종 전적 1무 2패(골득실 –3)으로 조 최하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이 1998 프랑스월드컵(1무 2패) 이후 최악의 성적으로 조기 귀국길에 오른 반면, 미국은 2010 남아공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 홍명보 감독이 이끈 월드컵대표팀은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사진(브라질 상파울루)= 김영구 기자 |
미국은 한국과 축구 환경이 비슷한 나라다. 자국 리그가 저평가되고 있으며, 수준급 선수들은 대부분 대서양을 건넌다. 그러나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많은 출전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는 대표팀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미국 대표팀 23인 중 10명이 유럽에서 뛰고 있지만, 꾸준히 기회를 얻은 선수는 팀 하워드(에버튼), 브래드 구잔(애스턴 빌라), 게오프 카메론(스토크시티), 조지 알티도어(선덜랜드) 정도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2월 한국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이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그는 당시 샬케에서 베식타스로 이적한 저메인 존스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자국 리그 콜럼버스 크루로 이적한 마이클 파크허스트의 사례를 들며 해외파 선수들이 꾸준한 경기 출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민은 같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미국은 알티도어가 가나와의 1차전에서 부상을 당하며 전열에서 이탈했지만, 주장 클린트 뎀프시를 중심으로 공격이 이뤄지면서 첫 두 경기에서 1승 1무를 거두며 사실상 16강행을 예약했다.
반면, 한국은 해외파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를 극복하지 못했다. 공격의 중심이 되어야 할 해외파 선수들의 폼이 올라오지 않으면서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다. 특히 알제리전까지 ‘부동의 원톱’이었던 박주영의 경기 감각 저하는 치명적인 악재였다.
↑ 지난 2월 캘리포니아 카슨에서 열린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은 미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클린스만은 이 경기를 포함해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던 크리스 원돌로우스키를 깜짝 발탁하는 결단을 보였다. 사진= 조미예 특파원 |
중요한 것은 국내파냐 해외파냐가 아니다. 선수단 구성의 기본 원칙은 ‘최적의 자원을 선발하고’, ‘선발 자원을 다시 최적의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최고의 전력으로 팀을 구성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클린스만과 홍명보는 다른 선택을 했다. 클린스만은 ‘최적 자원의 선발’을 간과하지 않았다. 대표팀 소집 단계에서 30명의 예비엔트리를 모두 불러들였고, 여기서 몸 상태가 좋은 23명을 추렸다.
클린스만은 캠프 초반에 선수들이 보여준 몸 상태에 집중해 최종 명단을 가려냈다. A매치 최다 득점(57골)을 갖고 있는 미국 축구의 대들보 랜던 도노번을 쳐낸 것도 이에 따른 선택이었다.
대신 클린스만은 브라질월드컵 예선에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않은 크리스 원돌로우스키를 깜짝 선발했다. 원돌로우스키는 2월 2일 한국, 4월 3일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연달아 골을 터트렸고, 소속팀 산호세 어스퀘이크에서도 9경기에서 5득점을 기록하며 좋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었다. 클린스만은 최근 가장 감각이 좋은 골잡이를 조커 옵션으로 선택했다.
↑ 홍명보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선발 자원의 최적화에 지나치게 집착했다. 그러나 컨디션은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았다. 특히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던 박주영의 부진은 재앙 수준이었다. 사진(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 김영구 기자 |
한국 축구의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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