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벨기에] ‘의리축구’의 몰락…반전은 없었다

[매경닷컴 MK스포츠(브라질 상파울루) 이상철 기자]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에 도전했던 홍명보호가 좌초됐다. 2014 브라질월드컵 16강은커녕 1승도 거두지 못했다.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가장 성적이 저조한 월드컵이었다.
성적 부진에 따른 비판의 화살은 자연스레 홍명보 감독을 향했다. 홍명보 감독의 지도력은 물론 ‘엔트으리’로 조롱된 ‘의리축구’는 칼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월드컵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선수 선발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감독의 선발 원칙부터 깨졌다.

↑ 월드컵대표팀은 ‘의리축구’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16강에 오르고 목표한 8강까지 진출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사진(브라질 상파울루)=김영구 기자

지난해 6월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은 소속팀의 활약을 근거로 국가대표를 선발하겠다라고 천명했다. “홍명보의 아이들도, 박지성도 무임승차는 없다”라며 강조했다.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라면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 경기력과 1년 후 경기력을 모두 체크해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 소신을 끝까지 지키지 않았다. 말과 행동이 달랐다.
부상을 당하거나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박주영(아스날)을 비롯해 윤석영(QPR),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지동원(도르트문트), 박종우(광저우 부리), 김진수(호펜하임) 등이 홍명보 감독의 최종 선택을 받았다. K리그 클래식에서 펄펄 날은 이명주(알 아인)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박주호(마인츠)가 제외되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배우 김보성의 CF 광고를 빗대어 홍명보 감독의 ‘엔트으리’라는 패러디가 누리집에서 나돌았다.
선수 선발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지만 1년여간 홍명보 감독이 걸어온 길은 ‘약속’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가 원칙을 깼다”라며 정면 돌파를 택했지만 그의 ‘의리축구’는 결과적으로 크게 실패했다. “난 항상 선수들을 믿는다”라고 말했는데, 역설적으로 선수들은 그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
경기 감각이 떨어진 이들은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펼쳤다. 무릎 부상 치료 후 봉와직염에 걸린 박주영은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와 함께 ‘특별 관리’에 들어갔으나 60분 출전이 한계였다. 홍명보호의 원톱은 러시아전과 알제리전에서 후반 15분 전후로 매번 그라운드 밖으로 나갔다. 박주영의 부진은 홍명보의 의리축구 논란에 더욱 불씨를 키웠다.
다른 선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경기력이 떨어졌다. 누구 하나 ‘잘난 선수’가 없었다. ‘홍명보 감독의 판단이 옳았다’는 반전을 기대한 이도 있겠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브라질월드컵 최종 명단 발표 이후 홍명보 감독의 베스트11은 변화가 없었다. 그 자리에 그 얼굴이었다. 주전을 결정하고 조직력을 강화하는 것도 맞지만 지나치게 변화가 없었다. 또한, 너무 이름값에 치우쳤다.
경기력이나 컨디션은 후순위였다. 1골 1도움을 올린 이근호(상주)는 ‘조커’로 국한됐다. 출전시간도 30분 내외였다. 김신욱(울산)도 ‘제공권 강화’에 맞춘 카드로만 쓰였다. 이청용(볼튼), 구자철(마인츠)은 컨디션이 분명 좋지 않았다.
결과 지상주의로 비춰지는 게 썩 좋지 않지만 어쨌든 결과도 좋지 않았다. 홍명보호는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세계축구의 흐름에서 매우 뒤처져있다는 걸 보여줬다. 성적 부진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의 공통점이었다. 그렇지만 한국이 최고의 전력을 갖추고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했느냐에 대한 논란은 쉽게 식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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