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브라질 상파울루) 이상철 기자] 좌절을 맛 본 건 홍명보의 아이들도 매한가지다. 어려서부터 세계무대에 나가 홍명보 감독과 함께 웃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으나 세계 최고의 무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한 태극호의 주축은 홍명보의 아이들이었다. 홍명보 감독과 함께 오랫동안 사제의 정을 나눈 젊은 선수들이 대거 발탁됐다. 누구보다 홍명보 감독의 철학을 잘 아는 데다 최근 한국축구의 영광을 이끌었던 이들이다.
23명 가운데 12명이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이다. 박주영(아스날), 구자철(마인츠), 기성용(스완지 시티),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정성룡(수원) 등이 선발됐다. 남태희(레퀴야)를 제외하고 런던올림픽 베스트11 가운데 10명이 모두 뽑혔다.
↑ 2014 브라질월드컵은 대다수 홍명보의 아이들에게 첫 월드컵이었다. 그러나 환희보다 절망만 느낀 채 쓸쓸히 귀국길에 오른다. 사진(브라질 상파울루)=김영구 기자 |
홍명보 감독은 “런던올림픽을 마친 후 모두 잊었다”라고 했지만 그의 선택은 또 홍명보의 아이들을 향했다. 홍명보의 아이들은 분명 한국축구를 이끌어갈 세대다. 두 번의 세계무대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2009년 U-20 월드컵 8강에 올랐는데 1991년 이후 18년 만에 최고 성적이었다. 또한, 2012년에는 한국축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못지않은 큰 결실이다.
하지만 또래가 아닌 형과의 싸움은 버거웠다. 홍명보의 아이들은 첫 성인무대 도전이자 세 번째 세계무대 도전에서 좌절을 맛봤다.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 그 어느 팀도 한국보다 강했다.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라 강한 상대였다.
나름 치밀하고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여겼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전술과 전략을 따지기 전에 선수들의 개인 기량 차이가 컸다. 볼 터치, 패스, 슈팅, 드리블 등 모든 면에서 세계축구의 높은 벽을 절감했다. 2년 전의 환희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한국축구는 홍명보의 아이들을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차두리(서울)의 발언대로 선배의 부진으로 ‘맏형’ 구실을 제대로 못해준 것도 있다. 그러나 홍명보의 아이들의 성장이 더딘 면도 있다.
박주영, 구자철, 정성룡, 윤석영(QPR), 김보경(카디프 시티) 등 홍명보의 아이들은 분명 2년 전보다 ‘폼’이 떨어졌다. 소속팀에
대부분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이었다. 축구화를 신으면서 꿈꿨던, 그리고 동경했던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그 의미있고 감격스러운 월드컵에서 누구 하나 웃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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