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세영 기자] 비록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한국선수들의 투혼은 빛났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의 동작 하나 하나에서 느낄 수 있었다. 16년 전 수비수 이임생의 투혼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피파랭킹 57위)은 27일 오전 5시(한국시간) 브라질 ‘아레나 디 상파울루’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에서 벨기에(피파랭킹 11위)에게 0-1로 패했다. 비록 패했지만, 후반 32분 베르통헨에게 선제골을 내주기 전까지 벨기에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냈다. 확실히 지난 1, 2차전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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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투혼이 빛났다. 전반 15분 윤석영이 측면으로 돌파하던 반 덴 보레를 놓쳤지만, 김영권이 곧바로 몸을 던지며 박스 안 진입을 막았다. 홍정호와 김영권 중앙 수비라인은 상대의 거센 공세에도 정확하고 과감한 태클로 막아냈다. 또 기성용은 후방에서 펠라이니와 몸싸움을 벌이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잘 버텨냈다. 한국 선수들 전부 끈끈한 수비로 상대를 곤란하게 했다.
첫 선발로 나선 골키퍼 김승규의 방어도 믿음직스러웠다. 수비진과의 환상 호흡은 물론, 여러 차례 선방을 보였다. 전반 32분 김승규의 펀칭 외에도 35분 프리킥 찬스에서도 메르텐스의 날카로운 슛을 쳐내며 철통방어를 선보였다. 후반 14분에도 메르텐스의 중거리슛을 잘 막아냈다.
수비진이 탄탄하니 공격도 서서히 힘을 되찾았다. 전반 30분 역습 찬스에서 기성용이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을 때려 쿠르트와가 선방으로 가까스로 막아냈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전반 막판 벨기에의 데푸르는 김신욱을 고의로 밟아 퇴장당했다.
다만 수비에 비해 공격은 단조로워 상승세의 분위기를 잇지 못했다. 지난 2차전처럼 또 다시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 대거 공격진을 투입한 한국이지만,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은 경기가 끝날때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수적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벨기에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한국은 16년 전,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최종전에서 벨기에를 만난 바 있다. 당시 2연패로 탈락을 확정지었던 한국은 마지막 벨기에전에서 투혼을 불살랐다. 수비수였던 이임생은 머리에 붕대를 감고 출전하는 등 마지막 경기에서 승점 1점을 따내기 위해 분투했다. 당시 벨기에는 한국과 무승부를 거둬 최종 3무승부로 16강
승패와는 관련 없이 한국 선수들의 단합된 모습은 지난 1, 2차전 무기력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11-10으로 싸운 후반 공격은 다소 아쉬웠지만, 이날 수비만큼은 벨기에의 스타군단을 상대로 투혼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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