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우린 미친 듯이 해야 돼. 그동안 나가질 못했잖아.”
LG 트윈스 2루수 경쟁을 벌이던 손주인(31)과 김용의(29)가 의기투합했다. 무조건 기회를 잡아야 하는 절실함도 있었다. 둘은 지난 26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더그아웃 뒤에서 전의를 불태웠다. 그 결과는 달콤했다.
LG의 외국인 타자 조쉬벨의 2군행 효과다. 지난 26일 붙박이 3루수를 맡았던 조쉬벨이 올 시즌 처음으로 기약 없는 2군행 통보를 받고 1군 엔트리 말소됐다. 성적 부진이 이유다. 양상문 LG 감독은 “변화구에 적응하고 타격감을 찾을 때까지 1군 복귀는 없다”고 못 박았다.
↑ LG 트윈스 손주인과 김용의가 올 시즌 첫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둔 외국인 투수 코리 리오단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LG는 NC에 지독히 약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상대 전적은 1승7패. 스윕패 위기까지 몰렸다.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양상문 LG 감독의 이례적인 독설까지 들어야했다. 인내력의 한계에서 조쉬벨의 2군행 용단을 내리게 된 결정적 시리즈였다.
조쉬벨 2군행 효과는 컸다. 천적을 4-0 완봉승으로 잡았다. 코리 리오단의 올 시즌 첫 무사사구 완봉승 완벽투도 있었지만, 각성한 야수들의 독기가 승리를 불렀다. 그 중심에는 손주인과 김용의 그리고 임재철이 있었다.
양상문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그동안 출전하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미안했는데, 노력한 자에게 좋은 결과가 돌아온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럴만했다. 손주인과 김용의는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손주인은 2회 에릭 테임즈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놓치는 실책으로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이 실책이 전화위복이 돼 집중력을 되살렸다.
손주인은 곧바로 이호준의 쉽지 않은 땅볼 타구를 쉽게 4-6-3 병살타로 처리했다. 리오단의 완봉승의 마침표를 찍은 9회 세 타자도 모두 손주인의 군더더기 없는 명품수비로 잡아냈다. 수비뿐이 아니었다. 공격에서도 빛났다. 0의 행진을 벌이던 5회 1사 2루서 좌전 적시타로 포문을 열며 결승타를 쳐냈다. 오지환의 3루타 때 추가 득점까지 올렸다.
손주인은 “그동안 경기에 못 나가 준비를 많이 했는데 결과가 좋아 기쁘다”며 “수비 때 실수를 했지만, 빨리 잊고 경기에 집중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용의도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5회 선취점은 김용의부터 시작됐다. 볼넷을 골라낸 뒤 최경철의 2루 땅볼 때 스타트를 빨리 끊어 병살을 막았다. 손주인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결승점을 뽑아냈다. 김용의는 2-0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6회 2사 2루 찬스서 쐐기 적시타로 승부를 갈랐다. 3루 수비도 조쉬벨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다.
임재철은 이날 경기의 분위기를 바꾼 투혼으로 선수들을 깨웠다. 1군 콜업은 됐지만 선발 라인업에 이름은 없었다. 기회는 4회 박용택이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찾아왔다. 임재철은 중견수로 교체 투입된 뒤 5회 1사 2루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유격수 앞 땅볼을 친 뒤 전력질주로 1루 베이스를 통과했다. 명백한 세이프였지만 1루심의 판정은 아웃. 오심이었다. 임재철은 헬멧을 집어던지며 거칠게 항의했다. 판정 번복은 없었으나 임재철의 분노가 팀 전체 분위기를 바꾸는 효과를 냈다.
그동안 조쉬벨은 계륵에 가까웠다. 외국인 타자이기 때문에 터지길 기다리며 끊임없이 기회를 줬다. 그러나 조쉬벨의 존재로 국내 야수들은 설 곳을 잃었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 그들은 놓치지 않았다. 조쉬벨에게는 미안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혹할 수밖에 없다.
↑ LG 내야수 손주인이 실책을 저지른 내야수 채은성을 다독이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