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프로야구 감독들을 믿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처지에 따라서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는 사람들이니까. 유니폼 입었을 때와 벗었을 때 180도 달라지는 것도 저들이다.
사실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최 일선에 있는 사람들이 감독이지만 역설적으로 얘기하면 프로야구 발전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 또한 감독이다.
↑ 프로야구의 질을 떨어뜨리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사진=MK스포츠 DB |
월요일에 경기하면 쉬는 날이 없어 피곤하니 차라리 더블헤더를 하자고 주장한다. 또 경기 수가 늘어나면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고 한다. 가뜩이나 수준 낮은 한국 프로야구의 질이 더 떨어져 팬들이 외면한다는 것이 이들이 내세우는 이유다. 더블헤더를 할 땐 집중력, 경기 질 운운하면서 폐지를 주장했던 사람들이 현장의 감독들이었다.
한 마디로 견강부회다. 자신들이 모자란 것은 제쳐두고 프로야구 질을 탓하는 꼴이다. 부족한 실력을 감추려고 프로야구 수준과 팬들을 끌어 들이는 물타기에 지나지 않는다.
1,2회 만에 선발투수를 끌어내리고 투수 없다고 아우성치는 감독, 임기응변식으로 마구잡이로 투수를 투입한 뒤 불펜투수 혹사당한다고 볼멘소리 하는 감독, 재능 있는 투수들 다 죽여 놓고 타고투저라고 한탄하는 감독. 이런 감독들이 저런 못난 소리를 한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미국과 달리 저변이 좁다. 배출되는 선수도 한정돼 있다. 하지만 재능 있는 유망주는 얼마든지 있다. 미국은 있는 자원을 골라서 쓰지만 우리는 가능성 있는 선수를 키워 쓴다. 2차 드래프트에서 열 번째 지명된 선수와 스무 번째 지명된 선수의 기량이 얼마나 차이가 날까. 프로에 들어와 뛰고 있는 선수들의 지명 순서를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을 길러 내는 구단의 시스템과 지도자의 역량이다. 삼성과 두산은 해마다 좋은 성적을 내면서도 유망주들이 쏟아져 나온다. 드래프트 순서에서 뒤로 밀리는 데도 재목들이 배출되는 이유는 뭘까. 한화 LG는 매년 드래프트 앞 순위로 좋은 선수를 뽑아가면서도 눈에 띄는 유망주가 잘 없는 건 무슨 이유일까.
올해 1군 데뷔 2년째를 맞은 NC가 삼성과 양강을 이루고 있는 것이 우연일까. 단지 용병 한 명 더 많고, 엔트리 한 명 더 많기 때문일까. NC의 선수층이 한화나 LG보다 두터울까. ‘타고투저’의 도도한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삼성의 투수들은 별나라에서 야구하던 선수들일까.
야구팬들은 내년부터 막이 오를 10구단 체제에 잔뜩 부풀어 있다. 경기 수가 늘어
차제에 프로야구 수준을 떨어뜨리는 진짜 주범을 가려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들을 프로야구 판에서 퇴출시켰으면 좋겠다.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