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노히트노런을 기록하고도 이렇게 담담할 수 있을까. 속으론 기쁘단다. 그런데 겉으론 완봉승도 아닌 완투 정도 한 투수 같다. 이것이 찰리 쉬렉(29‧NC 다이노스)의 매력이다.
찰리는 지난 24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노히트노런 대기록을 세웠다. 9이닝 동안 안타 없이 3볼넷만 주고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2000년 5월18일 송진우 이후 14년 만에 11번째 노히트노런 역사를 썼다. 외국인 투수 최초의 기록이다.
↑ 지난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전 NC 찰리가 그라운드에 앉아 몸을 풀고 있다. 사진=한희재 기자 |
찰리가 대기록을 세운 날 잠실구장 관중석에는 특별한 손님이 있었다. 부모와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가 직접 찾아 생애 가장 특별한 경기를 함께 했다. 찰리는 이날 경기 후 축하 파티라도 즐겼을까. 괜한 기대다. 찰리는 “특별히 한 건 없다. 피곤해서…”라며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을 간단히 했다. 가족이 경기 중에 TV 카메라에 많이 잡혀 그런 이야기를 좀 했다”고 웃었다. 그 정도였다.
찰리는 소문난 ‘성실맨’이다. 김경문 NC 감독은 찰리가 잘하는데 이유가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4월보다 5월, 5월보단 6월에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력을 많이 하고 연습을 잘 했기 때문에 잘 던지고 좋은 투수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도 오고 결혼할 여자친구도 오니까 더 힘을 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찰리는 성격 자체가 그렇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진중한 성격이다. 속으로 감격을 누린 찰리는 “커쇼(LA 다저스)의 노히트 경기를 우리 선수들과 함께 웨이트를 하며 봤다. 그런 일(노히트노런)이 나한테 일어날 줄은 정말 몰랐다”며 “내가 커쇼와 달리 담담했던 이유는 나중을 위해 아껴둔 것이다. 원래 내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자신을 자제하는 스타일이다”라고 차근차근 설명했다.
찰리가 아껴둔 ‘나중’은 언제일까. 포스트시즌이다. 찰리는 “플레이오프에서 더 큰 것을 위해 아껴두고 싶었다. 나중에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을 생각했다”며 “노히트노런이라는 것이 나에겐 큰 일이지만, 팀으로 보면 단지 1승을 한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찰리가 한국프로야구에서 노히트노런이 14년 동안 실종됐던 기록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경기를 마친 이후였다. 그런데도 겸손하기까지 했다. 찰리는 “한국엔 굉장히 훌룡한 투수들이 많은데 내가 그 기록을 오랜 만에 기록해 영광이다”라고 멋쩍어 했다.
찰리는 한국프로야구 데뷔 이후 2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다. 첫 해였던 지난해 29경기서 평균자책점 2.48을 찍으며 11승7패를 기록했다. 올해는 타고투저 현상에도 유일하게 2점대 평균자책점인 2.99를 기록하며 전반기에 6승(3패)을 챙겼다.
역사적인 노히트노런까지 기록한 찰리에게 또 다른 기대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프로야
찰리는 “처음으로 퍼펙트에 도전해 볼 생각은 없나”라는 질문에 “퍼펙트는 대단한 일이다. 나도 한 번 도전해 퍼펙트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빙긋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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