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브라질 상파울루) 이상철 기자]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쿠이아바로 가는 도중 이란 축구팬을 만났다. 호주와 일본이 2014 브라질월드컵 첫 경기를 나란히 패한 가운데 그는 “이란과 한국이 나란히 16강에 올라 아시아축구의 자존심의 지켜주자”라고 말했다. ‘사심’ 가득한 발언이었는데 그 꿈은 ‘말도 안 되는 일’이 됐다. 아시아는 24년 만에 월드컵 최악의 성적을 거둘 판이다.
호주에 이어 일본도 탈락했다. 콜롬비아에게 1-4로 크게 졌다. 일본이 만만하게 여겼던 그리스는 기적 같은 승리로 사상 첫 16강에 진출했다. 그리스의 환희와 일본의 좌절은 흰색과 검은색처럼 뚜렷한 명암을 나타냈다.
↑ 한국(사진)을 비롯해 아시아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2경기를 남겨놓았지만 16강은커녕 1승도 요원하다. 아시아축구는 세계축구의 높은 벽을 절감했다. 사진(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김영구 기자 |
이란과 한국의 사정도 낫지 않다. 1무 1패를 기록하고 있다. 이란은 F조 3위, 한국은 H조 4위다. 이란은 25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한국은 26일 벨기에와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데 16강에 오를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자력으로 힘들고,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또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벨기에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필수조건’이 깔려있다. 지금까지 보여준 ‘퍼포먼스’로 유럽을 과연 넘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외신도 베팅업체도 이란과 한국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4년 전 한국과 일본은 16강에 진출했다. 12년 전에는 한국이 개최국 이점을 살리면서 ‘4강 신화’를 썼다. 이런 금자탑을 떠나서도 아시아는 최근 월드컵에서 마냥 ‘승점제조기’는 아니었다. 무승부와 패배만 반복한 게 아니었다. 전원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봐도 적어도 ‘1승’은 챙겼다.
아시아의 역대 월드컵 최악 성적표는 1990 이탈리아월드컵이다. 한국과 UAE(아랍에미리트연합)이 아시아를 대표해 월드컵에 참가했지만, 3경기를 모두 지면서 최하위로 탈락했다. 한국과 UAE의 성적을 합치면 6패 3득점 17실점이었다. 한국, UAE와 같은 조에 편성됐던 나라들은 모두 16강에 진출했다. 말 그대로 아시아는 ‘밥’이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아시아는 다시 한 번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을 전망이다. 본선 진출국이 32개국으로 확대된 1998 프랑스월드컵부터 4개국이 출전했다. 어떻게든 1승은 챙겼다. 하지만 이란, 한국이 마지막 1경기씩을 남겨놓은 가운데 3무 7패 3득점 2
이란과 한국이 그리스 같이 극적인 16강에 오를 수 있을까. 이란이 한국보다 그 가능성이 좀 더 높지만 둘 다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패만 당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다행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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