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브라질 상파울루) 이상철 기자] 브라질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인 상파울루, 교통체증으로 유명한 이 도시가 23일 오후(현지시간) 한적한 도시로 바뀌었다.
외계인의 침공에 도망간 듯,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건물마다 상점은 문을 닫았고, 사람은커녕 차량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한산했고 적막했다. 가장 바쁘고 붐비는 도시인 상파울루와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었다.
↑ 상파울루 도심 곳곳은 한산했다. 사람이 사는 도시 같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다들 축구를 보기 위해 생업을 포기했다. 23일 오후 5시(현지시간) 2014 브라질월드컵 브라질-카메룬전이 열리자 한데 모여 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브라질 상파울루)=김영구 기자 |
브라질에서 20년 넘게 살았다는 한 교민은 “브라질 국민의 자국 축구사랑은 대단하다. 브라질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항상 이렇다. 자영업자뿐 아니라 회사원도 다르지 않았다. 은행도 오후 4시에 영업을 마치는데 이날은 오후 1시로 앞당겼다”라고 전했다.
브라질에겐 중대한 경기이기도 했다. 브라질은 1승 1무로 A조 1위를 기록하고 있었으나 불안했다. 브라질이 카메룬에게 패할 경우, 멕시코와 크로아티아에 밀려 조별리그 탈락할 수도 있었다. 2골차 이상 패배만 안 하면 되지만 ‘강력한 우승후보’ 답지 않은 경기력으로 우려를 낳은 브라질이었다. 브라질의 운명이 이 한 경기에 의해 좌우될 수 있으니 더욱 관심이 컸다.
상파울루 거리에서 그토록 찾기 어렵던 브라질 사람을 찾기란 의외로 쉬웠다. TV 브라운관이 설치된 술집마다 대거 모여들었다. 의상은 노란색 브라질 유니폼으로 통일됐다.
진풍경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개최 도시마다 마련한 팬 페스트(FAN FEST)였다. 상파울루 중심가인 발레 두 안한가바우에서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함께 보며 브라질을 열렬히 응원했다. 이 넓은 공간에 다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려, 무대 밖에도 수천명의 팬이 자리했다. 말 그대로 구름관중이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미소를 잃지 않았다. 혹시 모를 최악의 시나리오 따윈 그들의 머릿속에는 없었다. 다들 브라질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신통방통했다. 브라질 남녀노소 축구팬은 약속이나 한 듯 “브라질이 3,4골을 넣어 3골차로 이길 것이다”라면서 “네이마르(바르셀로나)가 2골, 프레드(플루미넨세)가 1골을 넣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프레드가 앞서 조별리그 2경기에서 무득점을 하며 부진했던 걸 지적하자, 한 남성 축구팬은 “이제는 프레드의 골이 터질 때가 됐다. 두고봐라”라며 자신만만했다.
↑ 상파울루 도심 곳곳은 한산했다. 사람이 사는 도시 같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다들 축구를 보기 위해 생업을 포기했다. 23일 오후 5시(현지시간) 2014 브라질월드컵 브라질-카메룬전이 열리자 한데 모여 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브라질 상파울루)=김영구 기자 |
브라질의 승리가 확정되자, 적막하던 상파울루는 시끌벅적했다. 귀가 아플 정도로 폭죽이 터졌고 거리 곳곳에서 기쁨의 나팔소리가 흘렀다. 시끄러워도 브라질 축구팬은 행복하다는 표정이었다. 이 순간에는 모든 괴로움은 사라졌다.
맥주를 부어라마셔라 했고, 신바람 나는 삼바춤을 추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그 환희는 상파울루의 최대 중심가인 파울리스타거리로 이어졌다. 환한 불빛이 거리를 비추는 가운데 도심 곳곳의 술집마다 신나는 술판이 벌어졌다. 몇 시간 전의 상파울루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그렇게 상파울루의 밤은 시끄러웠다. 컴컴한 밤이 돼도 좀처럼 그 ‘소음’은 줄지 않았다.
축구에 미친 이들은 축구로 행복했고, 그 행복이 내달 중순까지 이어지길 희망했다. 브라질이 여섯 번째 별을 달 것이라고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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