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포르투 알레그리) 이상철 기자] 알제리가 제 옷을 입었다. 벨기에전에서 어울리지 않았던 옷을 벗어던지고 평상시 입던 옷을 입으니 딱 맞았다. 알제리는 역시 수비가 아닌 공격을 해야 했다. 하필 그 상대가 한국이란 게 씁쓸했을 따름이다.
알제리는 강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22위로 아프리카축구연맹(CAF) 가맹국 가운데 가장 높다. 그리고 왜 그들이 아프리카 ‘No.1’인지를 23일(이하 한국시간) 한국전을 통해 증명했다.
알제리는 지난 18일 ‘H조 톱시드’ 벨기에에게 1-2로 패했다. 전반 25분 페굴리(발렌시아)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후반 25분과 후반 35분 연속 실점을 허용했다. 알제리는 당시 수비 일변도로 경기를 펼치며 대어를 낚는 듯 했지만 뒷심 부족을 드러냈다.
↑ 전반 37분 알제리 디자보우에게 세번째 골을 허용한 정성룡이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 김영구 기자 |
알제리 공격의 파괴력은 대단했다. 페굴리를 제외하고 싹 바꿨는데 슬리마니(스포르팅 리스본), 자부(클럽 아프리카인), 브라히미(그라나다) 등 새로운 얼굴의 활약이 빛났다. 이들은 나란히 1골씩을 터뜨리며 할릴호지치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두 샤트니에 코치의 분석대로 알제리는 역습에 능한 팀이었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정확한 긴 패스를 통해 골을 노렸다. 전반 26분과 전반 38분 슬리마니와 자부의 골이 그렇게 터졌다. 한국의 중앙 수비인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은 알제리의 ‘스피드’를 따라잡지 못했다. 위치 선정 미스도 보였다.
한국의 약점도 잘 공략했다. 세트피스 수비가 약한 한국인데, 할리체(아카데미카 코임브라)가 전반 28분 코너킥에서 김영권을 완벽히 따돌리고 헤딩 득점을 올렸다. 골키퍼 정성룡(수원)도 상황 판단 미스로 할리체의 헤딩
알제리의 공격은 유기적이었고 조직적이었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을 앞세운 패스 플레이로 한국의 중원을 무너뜨렸다. 홍명보 감독은 중원에서 공간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주문했지만, 한국 선수들은 알고도 막지 못했다. 후반 17분 알제리의 네 번째 골은 알제리가 가장 잘 하는 공격 패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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