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브라질 쿠이아바) 이상철 기자]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에 도전하는 한국은 러시아와 첫 경기에 사활을 걸었다. 어떻게든 패하지 않고 승점을 획득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위해 가장 열심히 연습했던 게 세트피스였다. 득점을 하진 못했지만 실점을 하지 않았다. 절반의 성공, 아닌 그 이상의 성공이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입성 후 가진 훈련에서 장막을 치고서 철저하게 숨겼다. 최대한 전력 노출을 하지 않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리고 남의 눈을 피해 세트피스 연습을 무던히 연마했다. 세트피스가 러시아를 잡을 ‘해법’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막기도 해야 하고, 또한 넣기도 해야 했다.
월드컵에서 강팀을 상대로 골을 넣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세트피스였다. 그러나 노력했지만 득점하지는 못했다. 코너킥 등 몇 차례 기회는 있었다. 한번은 길게 다른 한번은 짧게 등 약속된 플레이로 공격을 펼쳤다. 골로 연결되진 않았으나 후반 12분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의 묵직한 프리킥 슈팅으로 ‘제2의 야신’ 아킨페에프(CSKA 모스크바)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하지만 세트피스 수비는 안정됐다. 실상 한국은 그 동안 평가전에서 세트피스 수비가 불안정했다. 세트피스 실점률도 높았고, 실점하지 않더라도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러시아가 세트피스 공격이 위협적이었기에, 이 심각한 문제점 보완은 당면과제였다. 그리고 집중 과외는 효과가 컸다.
러시아는 예상대로 세트피스 공격이 무시무시했다. 이그나세비치(CSKA 모스크바)의 중거리 슈팅은 대포알이 따로 없었고, 베레주츠키(CSKA 모스크바)는 공격에 가담해 타점 높은 헤딩 슈팅을 시도했다. 간담을 서늘케 할 정도였다.
하지만 잘 막아냈다. 그 어느 슈팅도 골키퍼 정성룡(수원)의 거미손을 뚫지 못했다. 전담 키커 콤바로프(스파르타크 모스크바)의 킥은 날카로웠으나 태극전사들은 기민하게 움직이려는 러시아
승리하지 못했지만 귀중한 승점 1점을 획득했다. 후반 29분 동점골 허용 이후 퍼붓던 러시아의 공세를 끝까지 잘 막아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안정감을 되찾은 세트피스 수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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