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브라질 쿠이아바) 이상철 기자] 백발백중이다. 브라질에서 동양인을 만난 이들은 하나 같이 “꼬레이아(Coréia)?”라고 묻는다.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월드컵을 즐기기 위해 브라질을 찾은 동양인이 수없이 많을 텐데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한국인이라는 걸 귀신 같이 알아맞힌다.
한국의 베이스캠프가 차려진 포스 두 이구아수나 한국의 월드컵 본선 첫 경기가 열리는 쿠이아바에서는 그 ‘신기’가 더 대단하다. 한국 외 이 작은 도시들을 방문하는 동양인이 많지 않으니 당연하겠지만, 그 만큼 한국에 관한 정보를 빠삭하게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 홍명보 감독은 18일 오전(한국시간) 2014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을 마친 뒤에도 미소를 잃지 않을까. 사진(브라질 쿠아이바)=김영구 기자 |
다만 축구에 미친 이들은 ‘냉정’하기도 하다. 한국-러시아전 예상 결과를 물으면, 단번에 한국의 승리라고 답하는 이가 많지 않다. 대부분 “행운을 빈다”라는 덕담만 해줄 뿐.
한 칠레 축구팬은 “러시아가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만큼 반드시 이길 것이다. 스코어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무조건 러시아의 승리다”라고 확신에 찬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미국 축구팬은 “가나와 평가전을 봤는데 한국은 힘들어 보인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바로 눈앞에 있는 한국인을 무안케 할 정도다.
한국의 첫 상대인 러시아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보다 주관적인 판단을 하는 이들은 러시아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국을 밟고 1승을 챙기고 평탄하게 16강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가득하다. 한국이 러시아를 잡을 것이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스포츠베팅을 한다면, 무조건의 ‘한국의 패배’에 건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국은 H조 상대국으로부터 무시와 무관심의 대상이었다. 몇몇 러시아 취재진이 쿠이아바에서 한국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생각하는 만큼은 아니다.
다들 “안 된다”라고 한다. 한국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이에 대해 “무시당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객관적인 전력을 갖고 평가할테니 그게 당연하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여전히 한국은 월드컵에서 ‘변방’에 속해있다. 그 사실은 변함이 없고 홍명보 감독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투쟁심이 불타고 있다. 그 뜨거움은 태극전사가 더하다. ‘어디 한 번 그 잘난 콧대를 꺾어 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엄청난 이변’을 일으킬 준비도 끝났다고 했다. 롤모델은 코스타리카다. D조에서 ‘동네북’과 ‘승점 자판기’로 여겨졌던 약체가 지난 대회 4강팀(우루과이)을 완파했듯, 이를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제2의 코스타리카’로 축구의 묘미와 희열을 느끼게 해주겠다는 각오다.
주장 구자철(마인츠)은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고 준비했는지를 18일 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다른 태극전사들도 그렇다
모두가 안 될 것이라고 하나 축구공은 둥글다. 그리고 이를 굴리기 위해 엄청난 땀을 흘렸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대패할 줄을 누가 알았을까. 예상을 뛰어넘는 경기가 많은 이번 월드컵이다. 그 뒤통수를 치는 ‘한방’을 한국도 때릴 준비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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