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브라질 쿠이아바) 이상철 기자] 콧대 높은 러시아다. 한국을 존중한다고 하나 그들의 눈에 한국은 1승 제물이다. 파비오 카펠로 감독과 주장 바실리 베레주츠키(CSKA 모스크바)는 물론 러시아 취재진의 생각도 그러하다. 다만 그들에겐 찝찝한 구석이 하나 있다. ‘히딩크의 족집게 과외’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12년 전 한국을 맡아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고, 꾸준하게 한국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는 걸 러시아도 잘 알고 있다. 특히, 히딩크 감독이 지난 1월 무릎 수술 차 방한했을 때 홍명보 감독이 러시아전 필승 조언을 구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게 껄끄러웠나 보다.
↑ 홍명보 감독(사진)은 지난 1월 히딩크 감독을 찾아 자문을 구했다. 이 자리에서 히딩크 감독은 몇 가지 조언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브라질 쿠아이바)=김영구 기자 |
4년간의 대표팀 지도자 생활로 누구보다 러시아를 잘 알고 있는 히딩크 감독이다. 게다가 안지 마하치칼라의 사령탑을 역임하며 최신 러시아 정보도 꿰차고 있다. ‘지러파’인 셈이다. 때문에 러시아로선 히딩크 감독이 갖고 있는 ‘고급 정보’가 누군가에게 전달되는 게 불안했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러시아의 월드컵 첫 상대인 한국의 ‘제자’ 홍명보 감독이라는 게 꺼림칙하다.
그 초조함은 경기 하루 전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잘 드러났다. 러시아 취재진은 홍명보 감독에게 질문을 하면서 히딩크 감독과의 연결고리를 집요하게 물었다.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어떤 조언을 받았나’ ‘안지 코치 시절 히딩크 감독과 러시아전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눴나’ 등이다. 히딩크 감독의 ‘족집게 과외’에 굉장히 날선 신경을 보였다.
↑ 거스 히딩크 감독(왼쪽)은 한국과 인연이 많다. 홍명보 감독은 누구보다 히딩크 감독과 지속적인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데, 러시아는 히딩크 감독의 족집게 과외가 신경에 거슬린다는 입장이다. 사진=MK스포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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