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브라질 이구아수) 이상철 기자] 브라질 축구팬에게 조국 브라질의 승리보다 ‘라이벌’ 스페인의 패배는 더한 기쁨이었다.
브라질은 이틀 연속 축제의 장이 펼쳐졌다. 하루 전날 브라질이 월드컵 개막전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것에 기뻐했다면, 14일(한국시간)에는 스페인이 네덜란드에게 치욕스런 대패를 한 것에 기뻐했다.
64년 만에 월드컵 유치에 성공한 브라질은 여섯 번째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오심에 편승해 찝찝한 개막전 승리를 거뒀지만, 홈 이점을 갖고 있는 데다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으로 한결 자신감을 가졌다. 이미 그들의 눈은 조별리그를 넘어 토너먼트를 향하고 있다.
↑ 브라질은 네이마르의 활약에 힘입어 크로아티아와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기쁨은 하루 뒤 스페인의 대패였다. 사진(브라질 이구아수)=김영구 기자 |
B조에서 물고 물리는 양상이 펼쳐지지 않고 네덜란드가 3연승을 한다면, 스페인은 잘 해야 B조 2위다. A조 1위가 유력한 브라질로선 스페인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1위 스페인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걸 지켜보는 건 매우 짜릿할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이 1-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내리 5골을 허용할 때마다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이어진 B조 경기에서 칠레가 호주를 3-1로 이기면서 스페인의 앞길은 더욱 험난해졌다. 4년 전에도 첫 판을 패했으나 이렇게 충격적인 내용은 아니었다.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당할 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브라질로선 우승으로 가는 길에 껄끄러운 상대가 하나 사라질 수 있는 셈이다.
그렇기에 스페인의 불행은 브라질의 행복이었다. 브라질의 한 방송은 이날 스페인-네덜란드전 하이라이트를 전하면서 굴욕을 당한 골키퍼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의 침울한 표정
브라질 축구팬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브라질의 한 축구팬은 “저렇게 허약한 스페인이라면 16강에서 만나도 상관없다. 브라질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라면서 “칠레는 매우 강하다. 스페인이 조별리그도 통과 못하고 집에 일찍 돌아갈 수도 있다”라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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