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노포크) 김재호 특파원] 계속되는 기다림이 지칠 법도 한데, 그는 괜찮다고 했다. 미국 생활 6년차, 어느덧 마이너리그의 최고 레벨인 트리플A까지 올라 온 그는 이제 모든 마이너리거들의 꿈인 메이저리그 진입에 한 걸음만을 남겨놓고 있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유격수 이학주(24), 그는 그 한 걸음을 위해 묵묵히 땀을 흘리고 있었다. 구단 산하 트리플A 팀인 더램 불스에서 뛰고 있는 그를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노포크 타이즈(볼티모어 산하)와의 원정경기가 열린 하버 파크에서 만났다.
↑ 탬파베이 40인 명단에 속한 이학주는 이번 시즌 트리플A에서 시즌을 맞이했다. 사진(美 노포크)= 조미예 특파원 |
지난해는 메이저리그 진입의 최적기였다. 유넬 에스코바, 벤 조브리스트 등 주전 내야수들의 계약이 끝나가고 있었고, 트리플A에서도 타율 0.422 1홈런 7타점 6도루로 성적도 좋았다.
그러나 부상이 모든 것을 망쳤다. 지난해 4월 노포크와의 경기에서 2루 수비 도중 상대 선수의 태클에 무릎을 가격당해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수술대에 누운 그는 남은 시즌을 모두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재활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것. 그는 “처음 부상을 당했을 때는 ‘2루수로 전향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생각보다 괜찮다. 구단에서 재활을 잘 시켜준 덕분에 유격수를 계속 보고 있다”고 전했다.
팀의 주전 유격수로서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고 있는 그는 이제 타격감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각보다 수비는 잘되고 있다. 문제는 타격이다. 처음에는 공을 많이 보느라 치지를 못했다. 이제는 공격적으로 해야 할 시기다.”
“메이저리그, 잘 하면 기회 올 것”
↑ 이학주는 스프링캠프 기간 좋은 타격감을 보였지만, 시즌 중에는 고전하고 있다. 사진(美 노포크)= 조미예 특파원 |
그러나 아직 메이저리그의 문은 열리지 않고 있다. 흔히들 메이저리그에 서기 위해서는 마이너리그에서 1500타석을 경험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는 벌써 2000타석이 넘었다.
자꾸 길어지는 기다림은 선수 자신에게도 신경 쓰이는 일일 터.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신경 쓰인다”고 답하면서도 이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여기서 잘하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며 현재 팀에서 할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묵묵히 할 일을 하겠다고 했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탬파베이의 주전 유격수인 유넬 에스코바는 지난 4월 팀과 2+1의 계약을 맺었다. 2016년까지 메이저리그 선수 지위를 인정받은 것. 에스코바와 계약이 만료된 뒤인 2015년부터 이학주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그러나 이학주는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젊고, 아직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 다른 선수의 계약 문제는 생각하지 않겠다”며 자신만의 길을 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이저리그? 솔직히 느낌 잘 모르겠다”
그런 그에게 이번 스프링캠프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9경기에서 타율 0.385 3타점을 기록하며 공격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조 매든 탬파베이 감독도 “이학주는 올해 더 커지고 강해졌다. 타격 매카니즘도 많이 좋아졌다. 지난해 짧은 기간 공격적으로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장 큰 차이는 스윙이 더 강해졌다는 것”이라며 그의 타격을 높이 칭찬했다.
그러나 이학주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스프링캠프의 활약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말을 이은 그는 “그때는 시합을 많이 뛴 것이 아니었다.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이 중요하다”며 시즌 도중에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다림이 긴 만큼, 그 열매는 더 달 것이다. 이학주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이 동기부여가 되는가’라는 질문에 “솔직히 대답을 잘 못하겠다.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뛰어 보지 않아서 그 느낌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아직 느낌을 모른다는 것은, 그만큼 그에 대한 갈증이 더 크다는 뜻일 것이다.
↑ 2009년 미국 무대를 밟은 그는 이제 미국 야구에 완벽히 적응했다. 꿈의 무대에 설 일만 남았다. 사진(美 노포크)= 조미예 특파원 |
에필로그
이학주는 인터뷰 다음 날인 11일 윤석민과의 투타 대결이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이학주도 “(윤)석민이 형 공은 꼭 쳐보고 싶었다. 한국에서 좋은 투수였다고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는 11일 경기에서 이학주 선수가 휴식을 취하며 이뤄지지 않았다.
이학주는 11일 만난 자리에서 “전날 경기(4타수 무
오래 만날 수는 없었기에 ‘다음에는 이곳이 아닌 탬파베이에서 만나자’는 말을 남기고 클럽하우스를 빠져나왔다. 그때 이학주는 기자의 인사에 웃음과 함께 이렇게 답했다.
“같은 생각이다. 나도 이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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